신앙단상

신명기가 가르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법

신명기가 가르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법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여호와의 말씀을)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

신명기(申命記)는 구약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책으로 불린다. 신명기는 하나님과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언약(言約) 관계를 반복해서 확언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신명기에 나타난 언약에 대한 순종 권면은 전(前) 선지서(여호수아-열왕기하)와 후(後) 선지서(이사야-말라기)의 표준 모범이 되어 이스라엘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선지자들 설교의 영감(靈感) 원천(源泉)이 되었다. 신명기는 이같이 가히 이스라엘 역사 서술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신명기는 주전 15세기 히타이트 ‘종주조약’(宗主條約, suzerain treaty)을 닮은 형태로 기록되었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重論)이다. 즉 신명기는 전문(前文, 1:1-5), 역사적 서언(序言, 1:6-4:49), 규정(規定, 5장-26장, 이는 5장-11장 일반규정들과 12장-26장, 상세규정들로 나눠짐), 저주(咀呪)와 축복(祝福, 27장-30장), 주기적 낭독, 보관, 증인들(31장-34장) 등의 구조를 지닌다.

신명기를 ‘종주조약’(宗主條約) 형태를 빌려 기록했다는 것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강력한 결속(結束) 관계를 말하려 함이다. 물론 실질적 내용은 정치적 ‘종주조약’을 훨씬 넘어선다. 세상의 ‘종주조약’이 종주(宗主)인 왕의 이해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면 신명기의 ‘하나님 언약’은 하나님의 이스라엘을 향한 사랑을 극대화하려 한 것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친밀한 사랑을 목표하는 강력한 결속으로서 언약은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과의 연합과 교제’(Ccommunio cum Deo)를 의미한다. 이 연합과 교제는 출애굽으로부터 시작된다. 애굽에서 해방이라는 전대미문의 기적과 은혜를 통해 이스라엘은 제사장 나라요 거룩한 백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되었다.(출 19:5,6) 그리고 이제 (언약 안에 주어진)이 연합과 교제는 율법에 대한 순종(順從)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명기는 순종을 ‘하나님 사랑’이라고 말한다.(신 6:6, 10:12,13, 11:1,13, 12:4, 19:9, 30:16,20) 

신명기를 문학 장르로 본다면 그것은 ‘권면’(exhortation)이다. 신명기 어디서나 발견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발견되는 것이 순종에 대한 권면이다. 신명기를 설교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명기에 이스라엘 역사나 신학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열심은 없다.

새로운 정보는 인간과 인간 구원의 기원을 말하는 창세기, 구속의 기원과 의미를 말하는 출애굽기와 레위기 정도로 충분하다. 또 이것으로 인간의 죄와 부패를 해결하기 위한 구속(救贖)의 토대는 다 놓아줬다. 이제는 이스라엘이 그 구속 안에 살며 그것을 누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세상을 구원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이를 이루는 것이 언약에 충성하는 태도 즉 율법에 순종하는 삶인 것이다. 그래서 신명기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편으로는 출애굽의 은혜를 상기시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율법에 순종할 것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설파한다. 이 열정은 구약성경 전체의 기본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신명기가 순종을 권면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하나님이 구원 즉 출애굽 은혜를 베푸셨기에 순종하라고 하신다. 

이것이 출애굽의 의미이다. 하나님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이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셨고 그들 안에 ‘구별성’(distinctiveness)을 빚어냈다.(출 19:6)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실 것이요 우리가 그에게 가서 거처를 그와 함께하리라.”(요 14:23)

이 구별성을 살아내는(live out) 게 순종인데 이것이 이스라엘이 받은 이 땅 위에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의미인 것이다.  

둘째, 순종이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종하라고 한다. 

순종의 결과는 항상 하나님께 최고의 기쁨과 영광을 돌려 드리게 된다.

셋째, 순종에는 하나님의 복이 따르기 때문이다. 

순종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풍성한 복과 은혜가 따른다는 점은 신명기가 줄기차게 말씀하는 바요(28장, 30장 등 여기저기) 전(全) 구약성경이 보응(報應)의 원리라는 의의 질서를 통해 줄기차게 웅변하는 바다.

우리는 예수께서 우리 안에 빚어 주신 새사람의 구별성을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무엇을 받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 의미이다. 그렇게 살 때 하나님은 상상할 수 없는 복을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신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목표는 복이 아니고 의미이다. 예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기에 그리고 그것이 전부요 그 안에 모든 것이 있기에 우리는 순종한다.

하나님과 교제하며 사랑하고자 하는 소원이 그리스도인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인지에 대한 오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신비(神祕)한 느낌이나 환상(幻想)과 같은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하나님을 만나 교제하는 게 아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은 매일 자신을 살피며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자신을 부인하는 격렬(激烈)한 투쟁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순종을 권면하는 신명기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이다.(*) 글쓴 이 / 현창학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 출처, ‘합신은 말한다’, vol.33-4, 2018.12. p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