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요점(14)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요점(14)

< 1부 > 개혁신앙의 원리들
1. 오직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삼는 원리
2. 하나님 중심의 원리
3. 오직 믿음으로의 원리
4. 신자의 삶 강조의 원리
< 2부 > 개혁신앙의 핵심교리들
A. 성경론(계시론)
B. 신론(神論)
C. 인간론(人間論)
D. 기독론(基督論)

D. 구원론(救援論) – 2

4. 양자 – 성화 – 견인 – 영화

(1) 양자(養子, adoption)

양자의 축복은 대개 칭의의 축복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되기 쉽다. 칭의(稱義)와 양자(養子)와 중생(重生)은 성화(聖化)와는 달리 주님과의 연합 속에서 한 순간에 주어지는 영적 축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그 둘을 분명히 구분해준다. 그 이유는 양자의 사건도 칭의 속에서의 하나님의 사역에 근거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하나님의 사역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칭의 안에서는 하나님이 의로우신 재판장의 모습으로 나타나시지만 중생의 사건 안에서는 새 생명의 창조자로서 그리고 양자에서는 영적 아버지로서의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두는 예수님을 영접할 때 주어지는 일회적인 사건인 것이다. 양자됨은 중생과 구별되는데 중생은 신자의 내적 변화를 가리키는 사건이지만 양자됨은 신자의 외적 신분과 관련된 변화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양자됨은 또한 칭의와도 구별되는 데 칭의는 하나님 앞에서의 법적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되는 것을 가리키지만 양자는 그 이상의 관계회복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자녀로서 또 상속자로서 하나님 아버지와의 좀 더 끈끈한 관계를 누리게 되는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삶을 허락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2) 성화(聖化, sanctification)

성화란 죄로 인하여 부패한 성품을 지닌 인간이 성령님의 역사로 말미암아 거룩해지며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개혁신학에서 성화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지는 것을 강조한다. 다른 영적 축복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의 성화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 속에서 주어지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첫째, 신자의 성화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기 전에 먼저 예수님 안에 있었다.(요 17:19) 성화(거룩함)이란 먼저 예수님 안에서 객관적으 로 성취되었으며(고전 1:30), 이제 신자들은 그리스도와의 연합 속 에서 그 분과의 교제 가운데 그 분의 거룩함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와 연합한 신자들은 이제 그분 안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인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내용(제13항 1)과 같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효력으로 말미암아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실제적으로 또 인격적으로 성화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스도와의 연합 속에서 성화의 역사는 다음과 같은 결과들을 신자의 삶에 가져다준다.

– 죄에 대해 죽는 죽음

예수 믿고 그와 연합된 성도는 주님과 함께 죄에 대해 죽는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롬 6:2) 신자의 옛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그러므로 그는 더 이상 죄의 세력 아래에서 활동 하는 자가 아니다. 예수님께서 사망권세를 깨뜨리고 부활하심으로 죄의 통치는 무너졌고 이제 주님과 연합한 신자에게도 죄의 통치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 죄로부터의 자유

주님과 연합한 자는 죄에 대해 죽었으므로 또한 이제는 죄로부터 자유 하는 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 말은 죄책으로부터 자유하게 되는 칭의 뿐만 아니라 죄의 통치와 지배로부터 자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신자는 자신의 몸을 죄에게 종으로 드리지 않고 의(義)에게 종으로 드릴 수 있는 위치로 옮겨진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긴장 속의 성화이다. 그리스도와 연합한 신자가 죄에 대해 죽고 의 에 대하여 살아나 부활의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고후 5:17) 그런데 성경은 신자가 그러한 신자의 존재의 근 본적인 변동이 발생되었음을 깨닫고 그 변화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 야 한다고 말한다.(롬 6:11,12) 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이 주어 진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성화의 삶인 것이다.

그런데 죄의 통치는 무너졌으나 신자는 여전히 죄의 도전과 사탄의 시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화의 삶이란 다음과 같은 긴장 속에서 이뤄지게 된다.

– 영적 싸움

신자는 성령으로 거듭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지만 그리스도의 구원이 아직 완전하게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영적 싸움을 싸워야한다. 주님과 연합한 신자는 죄책에서 벗어났고 죄의 세력 아래 묶여있지 않지만 그렇
다고 죄 없는 세상으로 들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땅에서 계속되는 갈등과 긴장 가운데 영적 싸움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롬 7:14-25)

사탄은 그리스도의 승리로 말미암아 패배했으며 무력해졌으나 아직도 그의 잔병들을 통하여 우는 사자와 같이 믿는 자들을 넘어뜨리려고 한다. 신자는 그리스도와 연합으로 죄의 통치에서는 벗어났으나 아니 이제는 죄의 통치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 죄와의 싸움을 향해 담대히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 영적 훈련

그와 같은 영적 싸움터에 던져진 신자들은 영적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하여 영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 먼저는 옛 자아의 습성을 죽이는 자기부인(否認)의 훈련이다. 물론 중세 수도원 같은 고행주의의 관점은 지양해야 한다. 고행과 수련을 통해서 하나님 앞에 자기 의(義)를 쌓는 율법주의 태도는 거부하지만 이미 그리스도와 연합한 신자로서 부르신 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르신 이의 성품을 이뤄가는 훈련인 것이다.(살전 1:6) 신자 안에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작업이다.(롬 8:29)

– 성화의 수단들

이러한 영적 훈련을 위한 은혜의 수단은 하나님의 율법(말씀)과 성도의 교제와 성례 등이다.

(3) 성도의 견인(聖徒 堅忍, perseverance of saints)

성도의 견인(堅忍)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중생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된 신자는 그러한 은혜의 상태로부터 전적으로나 최종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반드시 최종적인 구원의 축복에 이르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물론 중생 이후에 신자의 생활이 언제나 직선적인 상승 그래프를 그리며 살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자의 여정에는 반드시 죄의 유혹과 사탄의 도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도전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자녀들은 전적으로나 최종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서 벗어나지 않고 결국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받게 된다는 것이다.

1) 견인 교리의 성질

견인의 가르침은 사실상 다른 핵심적인 성경의 교리들과 맞물려있다. 그러므로 이 가르침을 거부하면 다른 중요한 성경의 가르침들도 함께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성경의 기본적인 가르침들 중의 하나라고 봐야 한다. 연관 된 다른 교리들은 다음과 같다.

– 칭의 교리

믿음으로 의롭다 칭함을 받는 칭의 교리는 예수님의 의(義)를 근거로 신자에게 ‘종말론적 의(義)’가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 의(義)는 현재 주어지지만 마지막 종말의 때까지 유효한 의(義)가 된다. 믿는 자를 의롭다고 선언할 수 있게 한 예수님의 공로는 마지막 때에도 여전히 신자를 의롭다고 받아지게 되는 근거로서 유효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한 칭의에서의 의(義)는 바로 성도의 견인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 선택 교리

선택 교리도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의한 결정을 말하고 있으므로 인간이나 이 세상의 어떠한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결정이고 그것은 곧 성도의 견인을 보장해주는 교리가 된다.

– 그리스도의 중보사역

하나님의 백성들을 대속하신 예수님의 구속사역의 효과는 항속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보혈의 능력은 한시적으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항속 적으로 신자의 구원을 위한 능력이 되므로 성도의 견인을 보장하게 된다.

– 성령님의 내주하심

성령님은 신자의 구원의 증표로서 신자에게 보증이 되신다. 성령님은 신자 안에 내주하시는데 일시적으로가 아니라 항속적으로 내주하시는 것이다. 신자에게 임하신 성령님은 결코 떠나지 않으시는 성령님이시기 때문에 신자의 견인을 보장해주는 가르침이 된다.(요 14:16)

– 그리스도와의 연합

신자가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도 성경은 영원한 성격의 연합이라고 가르친다.(롬 8:31-39) 따라서 그리스도와 신자와의 연합이 영원한 것이라면 신자의 견인의 사실도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다.
2) 견인교리에 대한 반론과 답변

위와 같은 성경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성도의 견인교리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교회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지적하기도 하고 히브리서 3장, 6장 같은 본문들을 통해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론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성경에서 신자의 타락을 언급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구절들에 대해 서는 다음과 같은 구별을 할 필요가 있다.

즉 조직신학적인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진술과 목회적 상황에서 주어질 수 있는 언급들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경 전체의 가르침은 분명히 성도의 견인의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목회적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지혜로운 권면을 위해 신자의 타락을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견인교리가 초신자나 믿음이 어린 신자들에게는 방종의 삶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반대 내용의 권면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목회 차원에서의 언급들이 결코 성경의 객관적인 견인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는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다가도 신앙을 떠나 타락의 길로 떨 어지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들도 다시 주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겠지만 만일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그들은 사실상 명목상의 신자들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신자로 보였겠으나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으로 들어온 참 믿음의 사람은 아니었기에 떨어져 나간 것이다.

셋째, 다른 경우에는 신자로서 놀라운 영적 체험까지도 경험했던 이들이 신앙을 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눈에는 대단한 영적 체험으로 여겨졌던 사건들조차도 때로는 거짓 증거들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태복음 7장에서 예수님이 언급한 거짓 선지자들도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 된다.(마 7:21-23)

넷째,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차원의 관점과 인간차원의 관점 혹은 이해 정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 인간들은 누가 참 된 신자인지 참된 신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우리들의 판단으로는 어떤 신자의 구원의 문제에 대해서 최종적인 판단은 쉬운 문제가 아닌 경우들이 많다. 가룟 유다의 경우와 같이 예수님만이 누가 참 믿음의 자녀인지를 바르게 판단하신다.

다섯째,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차원에서는 견인의 사실과 타락 사이에 긴 장이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천성을 향해가는 신자의 입장에서 보여 지는 상황일 뿐이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백성들의 견인의 사실은 확고부동한 사실인 것이다.

(4) 영화(榮華, glorification)

죄인 된 인간이 예수님을 믿고 성령님의 구속 적용의 역사가 완성되는 것이 영화인데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첫째, 이 사건은 모든 무리들에게 동시적으로 발생되는 순간적인 사건이 다. 이 영화의 축복이란 주님의 재림과 함께 주어지는 것이므로 단 번에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동시적으로 주어진다.

둘째, 영화가 구원의 완성이라면 이것은 전 우주적인 사건이다. 구원역사 란 신자 개개인의 변화와 회복만 아니라 온 우주만물이 함께 새로 워 지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롬 8:19 이하)

셋째, 영화의 축복 대상도 영육이 영적 영역의 존재만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영혼과 육체를 포함한 전인의 구원을 성경이 가르치기 때 문이다. 로마서 8:23에 언급되는 ‘몸의 구속’까지도 포함하여 전인 적인 구원의 완성을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몸의 부활’까지를 포 함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의 사건은 단지 신자가 죽을 때에 주어지는 사건이 아니고 주의 재림 때에 주어지는 사건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도는 그 때 몸의 부활과 함께 구원이 전인적이고 최종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글쓴 이 / 김광열 교수(총신대 신대원 조직신학)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