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사

교리를 알면 성경이 보인다(1) 교리사의 의미와 과제

The Synod of Dort was an international Synod held in Dordrecht in 1618–1619, by the Dutch Reformed Church, to settle a divisive controversy initiated by the rise of Arminianism.

시작하는 말

‘기독교 교리의 역사’(敎理史, History of Christian Doctrines)는 성경이 가르치는 교리에 대한 이해의 역사이다. 따라서 ‘교리의 발전’은 곧 교리에 대한 이해의 발전이다. 신학자들의 이해는 주관적인 것이므로 교회는 필요할 때마다 교회 공의회(公議會)를 열어 공동의 이해를 도출하였다. 공동의 교리 이해가 교의(敎義, dogma)이고 그것을 고백하는 것이 교회의 신앙고백(信仰告白)이다. 이를 일컬어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라고도 한다.    

기독교는 11세기 중반 1504년(The Great Schism) 동방교회(Eastern Orthodox Church)와 서방교회(Western Church)로 분립하게 되었으며, 서방교회는 l6세기에 다시금 로마가톨릭교회(Roman Catholic Church)와 종교개혁교회 즉 개신교회(Protestant Church)로 분립하게 되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초대교회와 중세교회의 교의(敎義) 즉 신앙고백을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라고 하지만 개신교회에서는 중세교회의 비(非)  성경적인 많은 것을 배제(排除)하고 초대교회의 것을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니케아(325년) 공의회와 콘스탄티노플(381년) 공의회가 고백한 삼위일체 교리, 칼케돈(451년) 공의회가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시면서 동시에 참 사람이시다.”라고 고백한 교리를 성경이 말씀하는 대로 옳게 이해하고 고백한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동방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의 전통’의 범위에 대한 견해는 교파에 따라 교회 간에 조금씩 서로 다르기는 하였으나 사도들의 신앙을 계승한 ‘속사도시대’(續使徒時代, Post-Apostolic Age, 100-313년)부터 중세를 거쳐 종교개혁과 정통주의 시대까지는 다시 말하면 17세기 후반에 “이성의 눈을 밝히 떠 기존의 권위적 사고나 세계관을 청산하고 사물을 새롭게 인식한다.”는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 사조(思潮)가 만연되기 전까지는 기독교 교리의 근거가 ‘사도들의 전통과 성경’이라는 것은 모든 교회와 신학자들에게 자명(自明)한 것이었다.    

그러나 계몽주의 신학자들과 그들의 맥(脈)을 잇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의 정경성(正經性)과 계몽주의 이전의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를 거부하는 한편 기독교 교리가 주변의 여러 종교와 사상들 가운데서 배태(胚胎)되고 생성(生成) 발전한 것이라고 추정(推定)한다. 또한 ‘교리사’(敎理史, History of Christian Doctrines)는 실은 계몽주의 신학자들이 그들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하여 시작한 학문이다. 그러나 교리사를 편견 없이 연구하면 성경의 교리가 주변 사상과는 달리 특이함을 발견하게 되고 성경이 하나님의 계시임을 시인하게 마련이다.

종교개혁의 교회 전통을 전수 받은 한국교회도 한 세기가 넘는 역사의 과정에서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를 무시하는 신학자들이 생기게 되었으며 성경의 교리를 왜곡(歪曲)하는 거짓 교사들과 적(敵) 그리스도적인 이단(異端)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인 교회 역시 성경의 가르침을 옳게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해석할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이단과 잘못된 교리를 분별하기위해 우리는 교리사의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우리의 신학이 건전할 수 있기 위해 교회와 신학을 성경과 교회 전통에 비추어 늘 반성해야 한다.

교리사 기술(記述)에는 교리의 주제들을 역사의 시대별로 기술하기도 하며 한 주제를 시대를 통틀어 종적으로 기술하기도 한다. 교회와 교리는 서로 함께 엮어져 발전해 온 것이므로 역사적인 상황과 배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이미 출판 된 ‘기독교 교회사’에서 간략하게나마 시대별로 교리 혹은 신학을 기술했으므로 이 글에서는 대체로 개별적인 주제를 시대를 관통하여 고찰한 글들로 엮기로 하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를 중심으로 하여 먼저 기술하기로 한다. 초대교회 때부터 ‘성경의 교리’와 ‘교회 전통’을 존중하는 종교개혁과 정통주의 시대를 거쳐 성경과 교회 전통에 부정적인 17세기 계몽주의 이후 20세기 후반의 탈(脫) 기독교적인 종교 다원주의(多元主義)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나 물음은 늘 논의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성경의 권위와 정경화, 한국교회의 삼위일체론, 성령론, 성례론, 종말론의 역사적인 고찰은 계몽주의와 그 이후의 독일신학과 종교 다원주의 다음에 배열하였음을 말해 둔다. 기독론을 매듭짓기 전에 계몽주의의 성경비평과 19,20세기 독일 신학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 것은 그것이 기독교 교리에 대한 비전통적인 이해와 사상의 역사요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기독교교리의 여러 주제(主題)를 망라해 기술하지 못했으나 신학생들에게 교리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가 되고 보다 내용 있는 충실한 연구를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제1장 교리의미(1)

1. 교리사와 기독교 사상사

교회사(敎會史, History of Church) 연구는 교회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존속(存續) 해 왔는지,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가 계시의 말씀인 성경이 가르치는 삶의 규범을 따라 충실하게 살아왔는지 여부를 추적하는 동시에 지금 살아가고 있는 교회가 하나님의뜻을 좇아 살고 있는

지 그 여부를 점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교회사는 기독교의 교리와 신학과 역사적인 배경, 신앙과 문화와의 관계, 예배, 선교 등 교회의 사역과 교회에 속한 제반 사항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는 반면에 교리사(敎理史)는 성경의 교리에 대한 이해 즉 신학과 교회의 교의(敎義)에 중점을 두고 그것을 역사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신학자에 따라서는 ‘기독교 교리사’ 대신에 ‘기독교 사상사’ 또는 ‘기독교 신학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양자가 같은 내용을 다루지만 함축하는 의미는 같지 않다. ‘기독교 교리사’는 역사적인 연구를 통해 기독교의 교리 즉 성경의 가르침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반면에 ‘기독교 사상사’는 신학자들의 기독교 교리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더 관심을 둔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가독교 교리’는 곧 ‘성경의 교리’라고 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견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교리의 내용보다는 교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계몽주의 신학자들과 자유주의 신학자들도 기독교 교리의 역사적 연구서를 내내 ‘교리사’라는 동일한 제명으로 내었으나 20세기 초반부터 ‘기독교 사상사’라는 제명으로 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계몽주의 신학자들은 ‘기독교 교리사’를 처음부터 기독교 사상사(思想史)로 보는 경향이었다. 17세기 후반부터 유럽에서 일어난 계몽사조는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이나 모든 전통적인 것에 대한 경외심(敬畏心) 같은 것을 일축하는 한편 지식과 진리를 탐구하는 일에 열의를 가지고 지성주의와 자율적인 지식을 추구한 사상운동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기독교 교리사’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가르침에 회의적인 견해를 가진 계몽주의 신학자들이 기독교가 주변의 여러 종교와 사상들 가운데서 배태(胚胎)되었을 것이라는 왜곡(歪曲)되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 점을 밝히려고 시작한 학문이다.

최초의 교리사는 1796년 랑게(Sam Gottlieb Lange)의 이레니우스(Irenaeus, 142-202)까지의 교리사, ‘교리사 상설’(敎理史詳說, Ausfuhriche Geschichte der Dogmen)이다. 그는 제1권을 내놓고는 더 완성하지 못했다. 그 후 교리사의 시조로 알려진 마르부르크(University of Marburg)의 교수 뮌셔(Wilhelm Munscher, 1766-1814)는 그레고리 1세 때까지를 취급한 4권에 달하는 ‘기독교 교리사 대전’(Handbuch der Christlichen Doginengeschichte)을 1797년부터1808년까지 11년에 걸쳐 저술 출판했다. 뮌셔는 “기독교 교의가 별 의미 없이 자주 심한 변화를 겪었다.”고 말함으로써 교의(敎義)에 대한 계몽주의 신학자들의 부정적인 견해를 대변했다.1)    

기독교의 가르침을 두고 교리(敎理, doctrine)라는 말과 교의(敎義, dogma)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교리와 교의가 어떻게 다르며 교의가 신앙고백과는 어떻게 다른지 각각의 말뜻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겠다.

2. 교리, 교의, 신앙고백

교리 : 기독교나 기타의 종교가 가르치는 도리(道理) 혹은 이치(理致)를 교리(敎理)라고 한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가르침을 ‘기독교 교리’라고 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불교 교리’라고 한다. ‘기독교 교리’는 성경이 가르치는 교리에 근거(根據)한다.  

교의 : 그러나 ‘성경 교리’에 대한 이해(理解)나 해석(解釋)은 신앙이나 혹은 신학의 견해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며, 다양한 견해가 늘 있어왔다. 그러므로 교회는 공의회를 열어 특정한 주제의 교리를 두고 논의한 끝에 그 교리에 대한 바른 해석을 가려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교리와 일치한다고 믿고 결정한 것을 교의(敎義)라고 한다.

‘교리’와 ‘교의’에 대한 이런 구분이 독일어에는 없다. 영어에서는 ‘doctrine’과 ‘dogma’라는 두 단어를 둘 다 사용하나 독일어에는 ‘Dogma’라는 단어로 ‘교리’와 ‘교의’의 의미를 다 포괄한다. 그러므로 독일어의 ‘Dogmatik’은 ‘교리학’(敎理學) 또는 ‘교의학’(敎義學)으로 번역하고 ‘Dogmengeschichte’는 주로 ‘교리사’(敎理史)로 번역한다.

교의(敎義, dogma)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도케인’에서 유래한 말로서 ‘도케인 모이’라는 표현 즉 ‘그렇게 생각하다’ ‘나에게는 확정적인 사실’이라는 뜻에서 점차로 ‘결정적 의미’, ‘결의’, ‘법’(눅 2:1), 또는 철학에서 말하는 ‘기본명제’(Fundamentalsatz)로 쓰이게 되었다.2)

신앙고백 : 교회 공의회(公義會)에서 결정된 내용을 ‘교의’라고도 하고 ‘신앙고백’이라고도 하는데, ‘교의’는 이 결정의 내용이 바로 교회의 신앙을 요청하는 성경 교리라는 말이고, ‘신앙고백’은 교회가 이 결정의 내용을 성경교리로 믿고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교의’는 성경을 대변하는 진리의 선포라는 뜻이고 ‘신앙고백’은 이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라는 뜻이다.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을 ‘신경’(信經, creed)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영어를 따라 구분한 것이다. 영어로는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플 및 칼케돈의 신앙고백’을 ‘신경’(creed)이라고 하여 종교개혁 시대의 ‘신앙고백’(confession)과 구별하여 쓰고 있으나 독일어로는 둘 다 ‘신앙고백’(Bekernntnis)이라고 하며 구별하지 않는다. 영어의 ‘creed’는 라틴어 ‘credo’(나는 믿는다)에서 온 말로서 초대교회의 ‘신경’(信經, creed)은 로마가톨릭이나 개신교가 다 같이 존중하는 신앙고백으로서 ‘우리의 신경’이라는 말이 뜻하듯이 더 객관화된 신앙고백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신경, 신조 : ‘신경’(信經)과 ‘신조’(信條)는 서로 대체할 수 있는 말로 사용한다. 이를테면 ‘니케아신경’이라고도 하고 ‘니케아신조’라고 한다. 그런데 신조(信條)는 신경(信經)의 내용에 관삼을 두고 지칭하는 말이다. 신조는 또한 신경으로 분류하지 않는 신앙고백에도 적용하는 말로서 신앙고백의 조항(條項, articles)을 따라 일컫는 말이다. 이를테면 한국장로교의 신앙고백을 ‘12신조’라고 하며 영국성공회의 것을 ‘39개 신조’라고 한다.(*) 글쓴 이 / 김영재 교수(서울대 종교학과, 영국 Clifton Theological College 수학, 독일 Wuppertal Kirchliche Hochschule 수학, 총신신대원 편목, 독일 Phi1ipps Universitat zu Marburg에서 신학박사, 독일 포이딩겐 독일인교회, 미국의 미네소타와 아틀란타의 한인교회 목회, 서울대 강사, 총신대 신학대학원의 교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역임, 저서: Der Protestantismus in Korea und die calvinistische Tradition, Peter D Lang, Frankfurt am Maln, 1981. 외 다수의 저서와 역서) 출처: 김영재 저 ‘기독교 교리사’ (서울, 합신대학원 출판부), 2009. < 다음에 계속 >  

   < 미주 >

1) Bernhard Lohse, Epochen der Dogmengeschichte (Stuttgart., Berlin: Kreuz- Verlag, 1963, 1974)

2) 루이스 뻘코프, ‘기독교 교리사’,(신복윤 역, 서을: 성광문화사), 17; Friedrich Loofs, Leitfaden

   zum Studium der Dogmengeschidite, 1. und 2. Teil, heiausgegeben von Kurt Aland     (Tiibingen: Max Niemeyer Verlag,1889,199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