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낙태와 기독교 생명윤리

기독교인 법학자 관점에서 본

낙태와 기독교 생명윤리

시작하는 말  

한 인간의 생애(生涯)는 엄격히 따져보면 한 여성(女性)의 난자(卵子)와 한 남성(男性)의 정자(精子)의 수정란(受精卵)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정란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着床)하여 태아가 되고 태아(胎兒)가 출생(出生)하여 영아(嬰兒)로, 영아가 유아기(乳兒期)를 거쳐 청소년으로 청소년이 장년, 노년으로 변모하고 사망(死亡)에 이르는 것이 ‘일련의 인생의 과정’(human life cycle)이요 통상적 변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이 단절(斷絶)되면 생(生)은 그 시점에서 끝난다.

본 글에서 논하고자 하는 낙태(落胎, abortion)의 문제는 태아기(胎兒期)에 그 생명을 인위적(人爲的)으로 단절하는데 관련된 문제이다. 만일 내가 태아일 때 낙태되었더라면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우리가 존엄(尊嚴)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우러를 잉태(孕胎)하게 해 주시고 태(胎) 속에서부터 우리를 지켜 보호하여 주신 하나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한다.  

그러므로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侵害)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임부(妊婦)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법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윤리적(倫理的), 종교적(宗敎的), 의학적(醫學的) 관점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낙태나 출산으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안게 되는 사람은 일차적으로 임산부(姙産婦)이다. 그러나 낙태의 원인과 임산부가 처한 상황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때 낙태를 단지 임산부만의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할 수 없는 요인도 적지 않다.

한국은 현재 출산율(出産率)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2018년 현재 한국은 출산율 1명 아래로 지구상 유일한 0점대 국가이다. 편집자)가 되었으나 낙태가 공공연히 많이 행해져 낙태 천국의 오명(汚名)을 벗지 못하고 있다. 낙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과 원치 않는 임신은 언제든 낙태시킬 수 있다는 의식이 보편화 되어 있고 낙태 자유화 내지는 합법적인 낙태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한다.(2019년 4월 11일 한국 헌재는 낙태를 합법화했다. 편집자)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낙태 문제를 신앙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對處)하지 않으면 낙태를 가볍게 여기는 잘못을 범할 우려가 있다. 저자는 이하에서 낙태죄의 문제를 법적 관점과 아울러 기독교적 생명윤리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1. 태아와 낙태의 정의(定義)

(1) 태아(胎兒, fetus)

낙태 행위의 대상(對象)은 태아며 태아는 일반적으로 수태(受胎) 후 분만(分娩) 때까지 모태(母胎)에 연결이 되어 있는 생명체(生命體)를 말한다. 수태의 의미에 관하여서는 난자(卵子)와 정자(精子)의 수정(受精)과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주장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수정란(受精卵)이 자궁에 착상(着床)되어야 수태가 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착상은 대체로 난자의 수정 후 9-14일 사이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① 수정란과 태아  

수정란(妥精卵)이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될 가능성은 대략 20%~3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가 발견된 것은 1827년의 일이라고 하며 1857에 이르러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새로운 생명체가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수정란은 비록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 많고 신체적 기능이 없으며 자궁에 착상되지 않은 상태라 할지라도 착상할 위치를 찾아 이동하는 능력이 있고 착상 시 배아세포(胚芽細胞)에서 유도된 화학물질(PG. PAF. PA)을 분비하여 자궁내막을 뚫고 들어가 착상하며 수정란의 염색체(染色體)는 출생하여 사망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최근 시험관 수정(受精) 및 배아 보호의 문제, 대리모의 문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생명공학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윤리적,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명윤리법’에 배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의 불임(不姙) 클리닉 등에 보관하고 있는 냉동배아(냉동 된 수정란)는 93,921개(2015년, 편집자)에 달하는데 보건복지부는 이들 중 보관 기간이 5년을 넘은 2만여 냉동배아를 폐기할 방침이며 그 방법은 동의권자(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남녀)의 동의와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② 태아의 발육과 기능

성장, 발육의 독자성 

임신(妊娠)의 생리현상(生理現象)이 제대로 밝혀지기 이전에는 태아를 모체(母體)의 일부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태아가 모체와는 별개(別個)의 생명체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태아는 모체로부터 영양분과 산소만 공급받을 뿐이고 증식(增殖)과 발육(發育)은 자신의 세포 성장과 분열(分裂)을 통해 독립적(獨立的)이고 자주적(自主的)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태아는 모체에 의존(依存)하나 모체와는 독립된 생명체(生命體)로 보아야 한다.

발육에 따른 태아의 기능

태아는 착상 후 3일 이내에 모체(母體)에 호르몬을 보내어 월경(月經)을 못 하게 하고 착상 후 14일이 되면 태반(胎盤)과 탯줄이 자신의 세포에서 분화 발생 되어 나타나기 시작하며, 착상 18일이 지나면 피를 심장에 순환시키고, 착상 후 6주가 지나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착상 후 8주에 이르면 육안(肉眼)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신체 구조가 형성되며, 12주에는 모든 신체(身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임신 6개월 된 태아는 인큐베이터(incubator, 恒溫器) 속에서도 65%의 생존 가능성이 있고 임신 7-9개월 된 태아는 모체로부터 독립해도 생존이 가능하다.

   ③ 태아의 법적 지위  

태아의 민법상 지위

태아는 민법(民法, 2015년 현재)상 원칙적으로 권리(權利) 능력이 없다. 그러나 손해배상(損害賠償) 청구권(請求權)에 관해서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간주하며(제762조), 상속(相續) 순위에서도 출생한 것으로 본다.(제1000조 제3항) 또 유증(遺贈, 유언에 따른 재산상속)에 관해서도 출생한 것으로 본다.(제1064조) 이런 규정은 태아가 살아서 출생할 경우 소급(遡及)하여 태아였던 때로부터 권리 능력을 가졌던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으로 이해된다.

태아의 형법상 지위

태아는 낙태죄(落胎罪)의 객체(客體)이다. 태아의 생명은 임산부(姙産婦)의 생명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법익(法益)이다. 형법(刑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죄를 두고 있다.(제269, 제270조) 그러나 형법은 ‘사람’과 ‘태아’를 구별하여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殺人罪)가 성립되어 무겁게 처벌하나 태아를 살해하면 낙태죄가 성립하고 형벌도 훨씬 가볍다.

태아와 사람을 구분하는 시점 즉 태아가 사람이 되는 시점이 언제인가에 관하여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분만을 개시하는 진통을 시작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통설(通說) 판례의 입장이다.

(2) 낙태(落胎, abortion)

   ① 낙태의 의미        

▸ 낙태란 일반적으로 태아를 살해(殺害)하여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형법상의 낙태죄는 태아를 모체(母體) 안에서 살해(殺害)하거나 자연적 분만기(分娩期)에 앞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를 낙태로 보고 있다.(다수의견) 

한편 모자보건법(母子保健法, 2005년)에 서는 낙태를 인공임신중절수술(人工姙娠中絶手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8항) 이같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낙태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으며 낙태 수술과는 사실상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 낙태는 태아를 살해(殺害)한다는 고의성(固意成)을 가지고 하는 행위이므로 그럴 의사가 없는 경우 예컨대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인공적으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는 낙태가 아니다. 실수로 낙태의 결과를 초래한 행위는 과실(過失)에 의한 낙태라고 표현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 형법은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 낙태 대상은 태아이므로 태아가 이루어지기 이전 단계에서 행하는 피임(避姙) 행위는 낙태가 아니다. 이러한 행위는 윤리적 또는 종교적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는 별론으로 하고 법적 규제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낙태의 대상은 살아있는 태아이므로 이미 죽은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은 낙태가 아니다.

   ② 낙태 방법

낙태 방법에는 하등의 제한이 없으며 약물, 수술, 물리적 충격 등 여러 가지 가능한 방법이 있다. 이들 중 상대적으로 많이 행하는 것이 수술 내지는 약물에 의한 낙태 방법이다.

  • 강간당한 후 곧 시술하는 경우처럼 아직 임신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진공 호흡기로 자궁 내의 물질을 적출(摘出)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월경적출법’이라고 하며
  • 임신 후 10주까지는 날카로운 칼이 달린 흡출(吸出) 튜브의 강한 흡출력으로 태아를 배출시키는 소파수술(搔爬手術, 조직을 긁어내는 수술)이 많이 행해진다.
  • 임신 12-13주의 임부에게는 팽이 모양의 날카로운 칼을 삽입하여 태반과 태아의 팔과 다리를 절단하여 긁어내는 방법(확장과 소파에 의한 제거 수술)으로 한다                    
  • 임신 3-6개월에 이르면 해면(海綿)으로 자궁을 확장 시켜 열고 집게 모양을 한 한 쌍의 핀셋(pincers, tweezers)으로 태아의 두뇌를 깨고 등뼈를 비틀어 긁어내는 가장 잔인(殘忍)한 방법(확장과 배출에 의한 제거 수술)을 사용한다. 약물을 사용하는 방법에는 요소수(尿素水)나 소금물을 태아의 양막(羊膜)에 주사하여 태아를 살해하는 방법, 자궁을 수축시켜 분만을 촉진하는 호르몬제(Prostaglandin)를 이용하여 사산(死産)하게 하는 약물에 의한 자궁수축유발법이 있다. 이 밖에도 임신 말기에는 자궁절개 방법이 행해진다. 또 경구피임약 RU486 복용 낙태도 가능하다.

 ③ 낙태 후유증

낙태는 경우에 따라 임산부의 사망(死亡)을 초래할 수 있다. 임산부의 사망 가능성은 임신 8주 이전에는 10만 명당 0.6명, 그 후 2주가 경과 할 때마다 대략 2배씩 증가한다고 하며 출혈, 감염에 의한 패혈증, 급성신부전 등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망 이외의 후유증으로는 골반 내 염증, 자궁 외 임신, 자연유산, 저체중아 출산, 불임, 자궁 천공, 정신적 상실감, 공허감 등 정서 장애를 들 수 있다.

   ⓸ 낙태의 반윤리성

낙태 행위는 다른 조건을 논하기에 앞서 그 자체로서 반(反) 윤리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낙태 행위는 죄 없는 생명을 침해함으로 앞으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존엄성과 모든 가능성을 조기에 말살(抹殺)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생명의 침해가 출생 전에 이뤄졌는가 후에 이뤄졌는가에 따라 법적 취급이 달라지나 그 본질에 있어 다를 것 없다. 낙태는 그 방법도 잔혹하고 임부가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으며 생명을 존중하는 의료 윤리에도 반(反) 한다.

2. 한국의 낙태 실태

낙태의 실태를 정확한 파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객관적인 상세한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나 실제로 이런 조사는 시행하기도 어렵고 아직까지 시행된 일도 없었다. 다만 일부 연구기관과 학자들의 표본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하여 낙태의 실태를 추측할 수 있음 따름이다.

(1) 연간 낙태 건수            

1960년대 초에는 10만여 건, 1970년대 초에는 31만 5천여 건, 1987년에는 1백만 건으로 급증했다고 추정하나 정확한 통계 자료는 집계되고 있지 않다. 1982-1988년 의협공제회 자료에 의하면 연간 150만 건에 이르렀는데 실제로는 200만 건으로 추정되었다고 한다.

2004년 1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의 김해중(金海中) 교수가 보건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실시한 전국 임신중절 실태조사에 의하면 연간 낙태 시술 건수는 350,590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일 평균 960명씩 낙태하는 것으로서 1일 출생아 1,301명의 70%를 상회한다. 여성 1,000명당 연간 시술 건수로 보면 31건으로 미국 22건, 유럽 8-17건에 비해 한국이 훨씬 많은 편이다.

(2) 여성의 낙태 경험 비율

1990년 시행한 형사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여성 655명 중 36%인 236명이 낙태를 경험했다고 하며 이들 중에는 기독교 신자 73명, 천주교 신자 23명, 불교 신자 50명 등 종교인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고려대 의대 김해중 교수의 실태조사에서도 기혼(旣婚) 여성의 36.6%가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3) 낙태 이유

기혼여성 경우는 가족계획 출산 조절을 위한 낙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이며 이 밖에 건강상의 문제와 경제 형편의 곤란 등이 중요 이유로 나타나고 있으며 미혼녀의 경우에는 임신에 따른 사회적 비난과 장래의 지장을 피하기 위한 낙태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형사정책연구원 심영희 교수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에 있어서는 51.7%가 출산 조절을 이유로 19.4%는 건강상 이유로 16.9%는 경제 형편을 이유로, 미혼 여성에 있어서는 62.1%가 임신에 따른 사회적 비난을 피하려고, 31.1%가 장래 계획의 지장을 이유로 각각 낙태한 것으로 나타난다. 고려대 의대 김해중 교수의 실태조사에서도 기혼여성의 75%는 가족계획 출산 조절을 이유로, 미혼 여성의 95%는 사회와 경제적 이유로 낙태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낙태의 이유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출산 조절,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 임신한 아이가 여아이기에 행하는 낙태 등은 현행 형법상으로도 허용되지 않으며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부분의 낙태는 불법(不法) 낙태라고 볼 수 있다.

(4) 낙태에 대한 의식

낙태를 범죄(특히 살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동시에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나 제도를 두어야 한다는 견해도 많은 편이다. 임신하면 반드시 출산해야 한다는 견해 보다 꼭 낳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가 다수이다. 또 낙태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고 현실적으로도 낙태죄가 처벌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낙태가 공공연히 행해져도 사회에서 가족계획 등의 이유(2007년 상황, 편집자)로 어느 정도 용인해주는 낙태 경시 풍조라든가 낙태가 은밀히 행해지므로 단속이 어려운 점 등이 그 중요한 이유이다.

3.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제

(1) 낙태죄 역사

고대 로마에서는 태아를 모체(母體)의 일부로 보고 낙태 행위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베루스(Septimius Severus, 145-211) 황제 이후 남편의 자녀 출생에 대한 기대를 깨트린다는 이유로 낙태를 처벌하였고 중세 후기의 독일에 있어서는 교회법의 영향을 받아 낙태를 영아 살해와 동일시하여 무겁게 처벌했다.

1532년 카롤리나(Carolina) 형법전(제133조)은 태아를 영혼(靈魂)이 없는 태아(임신 후 10주까지)와 영혼 있는 태아로 구분하고 영혼이 있는 태아를 낙태시키면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한편 영혼 없는 태아의 낙태는 임산부와 협의하여 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 후 독일은 프로이센 일반국법, 프로이형 버브 독일제국 형법전 등에 낙태죄가 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독립선언 당시는 낙태죄에 관한 법률이 없었고 19세기부터 낙태죄의 규정이 출현하기 시작하여 1821년에는 커네터컷주가 태동 이후의 약물 투여에 의한 낙태를 처벌했고 1827년에는 일리노이주와 1828년에는 뉴욕주가 타인을 낙태시킨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으며 19세기 후반부터는 대부분 주에서 낙태죄를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고려 시대에 영향을 미친 당률(唐律)에는 사람을 상해하여 타태(墮胎, 낙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고 조선 왕조시대에 의용되었던 대명률(大明律)에도 폭행이나 상해로 인하여 낙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타태죄(墮胎罪)를 두고 있었다. 1905년 제정된 대한제국의 형법대전(刑法大全)에서는 낙태 방법과 수태 기간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의 타태률(墮胎律)을 두고 있었다.(제533조)

당률(唐律)이나 대명률(大明律)에 있어서 낙태죄를 독자적인 범죄라기 보다는 폭행이나 상해의 연장선에서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형법 대전에 있어서는 임산부 구타뿐만 아니라 약물과 기타 방법에 의한 낙태를 규정하고 있어 낙태죄를 독자적 범죄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들 전통적인 형법에 있어 임산부가 스스로 낙태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일제시대(日帝時代)와 해방 후 1953년 현행 형법이 제정되어 발효되기까지는 일본형법(제212조 내지 216조)이 적용되었다.

(2) 형법상의 낙태죄

   ① (槪觀)

한국 형법은 부녀의 ‘자기 낙태죄’(제269조 제1항)와 임산부의 촉탁이나 동의하에 낙태시키는 ‘동의 낙태죄’(제269조 제2항)를 기본유형으로 하고 동의가 있더라도 의사 등 일정한 신분 있는 자의 낙태 행위는 ‘업무상 동의 낙태죄’(제270조 제1항)로서 ‘동의 낙태죄’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또 임산부의 동의 없이 낙태하는 자는 ‘부동의 낙태죄’(제270조 제2항)에 해당하며 동의 또는 업무상 동의 낙태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된다.

‘동의 낙태죄’, ‘업무상 동의 낙태죄’, 부동의 낙태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하면 그 형이 가중된다. 낙태죄의 처벌 규정과 더불어 낙태 허용 사유 내지 처벌 조각 사유를 형법에 함께 규정하고 있는 입법예(독일, 오스트리아 등)도 있으나 한국은 낙태를 허용하는 사유를 형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고 특별법인 ‘모자보건법’에 이를 규정하고 있다. 낙태죄의 규정이 무엇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즉 보호법익(保護法益)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제1차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제2차적으로 임산부의 건강과 생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② 낙태죄 유형

자기 낙태죄(自己落胎罪)

본죄는 임신한 부녀가 태아를 낙태함으로 성립된다.(제269조 제1항) 본죄의 주체는 임신한 부녀이며 객체(客體)는 모체 내에 생존해 있는 태아이다. 이 죄는 수태의 원인, 태아의 발육 상태, 생존 능력, 임신 기간의 장단은 불문한다. 본죄의 행위는 약물(藥物)이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시키는 행위이다. 약물은 낙태 방법의 한 예시이며 낙태 방법에는 하등의 제한이 없다.

낙태죄 성립은 행위자에게 고의(故意) 즉 낙태시킨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인용이 있어야 한다. 과실(過失)에 의한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임산부가 자살하려다 태아만 죽은 경우 본죄가 성립하는가에 관하여서는 부정설도 있으나 자살의 의사 속에 태아의 사망을 인용하는 고의도 포함된다고 보아 낙태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다수설이 타당하다. 본죄의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동의 낙태죄(同意 落胎罪)

본죄는 임신한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 성립한다.(제269조 제2항) 본죄의 주체는 업무상 동의 낙태죄(제270조 제1항)의 주체(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 이외의 사람이다. 행위 객체는 태아이며 행위는 임부의 촉탁(囑託)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것이다. 촉탁은 임부가 행위자에게 의뢰 또는 부탁하는 것이고 승낙은 행위자가 임부의 동의를 얻는 것을 말한다.          

본죄의 성립에는 낙태의 고의성뿐만 아니라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있어야 한다. 본죄는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이 없는 ‘부동의 낙태죄’보다 불법이 상대적으로 경하다고 볼 수 있으며 처벌은 ‘자기 낙태죄’의 경우와 동일하다.

업무상 동의 낙태죄(同意落胎罪)

본죄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임산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제270조 제1항) 본죄의 주체는 앞에 열거한 신분을 가진 자에 국한된다. 본죄의 행위 객체와 행위는 동의 낙태죄에서 언급한 것과 같다.

본죄는 행위 주체의 신분 때문에 형벌이 무거워져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제270조 제1항) 7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竝課)한다.(제270조 제4항) 형법은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의 종사자가 부당하게 낙태의 행위 한 점과 이들에 의한 낙태 시술이 많은 점을 참작 본죄의 형벌을 ‘동의 낙태죄’보다 무겁게 하고 있다.

부동의 낙태죄(不動義 落胎罪)

본죄는 임산부의 촉탁(囑託)이나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함으로 성립한다.(제270조 제2항) 본죄의 주체는 임산부 이외의 타인이며 업무상 ‘동의 낙태죄’의 주체도 본죄의 주체로 될 수 있다. 본죄의 행위는 임산부의 촉탁이나 승낙 없이 낙태하는 것이다. 촉탁이나 승낙이 기만, 협박 등으로 유효하지 않거나 임산부 모르게 낙태케 한 경우도 본죄에 해당한다.

본죄는 행위자 자신이 임부도 아니고 임부의 동의를 얻은 경우도 아니므로 앞에서 살펴본 제 유형보다 불법이 크고 형벌도 무거워져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제270조 제2항) 7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한다.(제270조 제4항) 임신 중임을 알면서 임부를 살해하면 살인죄와 본죄의 상상적(想像的) 경합범(競合犯)이 되어 무거운 범죄인 살인죄의 형벌이 적용되며 임부를 강요하여 낙태하게 한 경우는 본죄와 강요죄(제324조)의 상상적 경합범으로 되어 5년 이하의 징역(제324조)과 7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한다.(제270조 제4항)

낙태 치사상죄(致死傷罪)

본죄는 ‘동의 낙태죄’, ‘업무상 동의 낙태죄’ 및 ‘부동의 낙태죄’를 범하여 임산부를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본죄가 성립하려면 낙태와 치사상의 결과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하고 치사상의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데 대한 과실도 있어야 한다. ‘동의 낙태죄’를 범해 상해(傷害)에 이르게 한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사망(死亡)에 이르게 한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제269조 제3항) ‘업무상 동의 낙태죄’와 ‘부동의 낙태죄’를 범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때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제270조 제3항) 7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한다.(제270조 제4항)

(3) 모자보건법상의 낙태허용 사유          

낙태를 법률상 허용하는 입법례에는 일정한 기간(대체로 12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기한 방식’,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허용하는 ‘적응 방식’(사유 방식) 기한과 적응의 결합 방식 등이 있는데 1973년에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한국의 모자보건법(母子保健法)은 일정한 적응 유형에 따라 방법적 요건을 갖춘 경우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① 적응 유형

의학적 적응

임신의 지속이 보건(保健) 의학의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제14조 제1항 5호)가 이에 해당한다. 이 유형은 모체의 생명, 건강이 태아의 생명보다 우선함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한다는 것은 모체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모체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를 현저하게 해하는 때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생학적 적응

본인 또는 배우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遺傳學的)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제14조 제1항 1호)와 본인 또는 배우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疾患)이 있는 경우(제14조 제1항 2호)가 이에 해당한다.

윤리적 적응            

강간(强姦)이나 준(準)강간에 의한 임신 일 경우(제14조 제1항 3호)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 된 경우(제14조 제1항 4호)가 이에 해당된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간음함으로써 성립하고(형법 제297조) 준강간은 부녀의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형법 제299조) 중대한 성범죄이다.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은 민법 제809조에 규정되어 있다.

전에는 동성동본 금혼의 원칙도 있었으나 2005년 3월 2일에 폐지되었고 현재 금혼(禁婚)의 대상으로 되어 있는 자는 8촌 이내의 혈족, 6촌 이내의 양부모 계의 혈족이었던 자, 4촌 이내의 양부모 계의 인척이었던 자이다. 윤리적 적응 유형은 임신의 원인이 범죄와 반(反)윤리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출산에 대한 임부의 부담과 갈등과 딱한 처지를 함께 고려한 허용 사유라고 볼 수 있다.

   ② 방법상의 요건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허용되려면 적응 유형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방법상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 시술자(施術者)는 반드시 의사일 것을 요한다.(제14조 제1항)
  • 인공 임신중절은 임신한 날로부터 28주 이내에 하여야 한다.(모자보건법시행령 제3조)
  •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 포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배우자가 사망, 실종, 행방불명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시술할 수 있고(제14조 2항) 본인이나 배우자가 심신 장애로 인해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또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갈음할 수 있다.(제14조 제3항)

< 모자보건법상 허용 규정에 대한 비판 >

모자보건법은 1973년 유신체제(維新體制) 때 사회 각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비상 입법기구에 의해 비공개적으로 제정된 법으로 인구정책의 부산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모자보건법상의 허용 규정에 대한 비판은 허용기준과 그 범위에 대한 비판과 방법상의 요건 대한 비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 허용기준이 너무 넓거나 모호(模糊)하여 낙태가 자유로워진다는 비판이 있다. 즉 태아(胎兒)의 생명권(生命權)에 중점을 둔 견해로서 독자적 생명체인 태아를 타인이 낙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반(反)하고 그 허용기준이 막연한 표현으로 되어있어 해석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어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다.

모자보건법의 허용 중 ‘우생학적 적용’과 관련하여 이를 정당화 사유로 인정할 수 없고 시술하는 의사와 정당화 사유를 확인하는 의사가 제도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사유 확인을 않거나 허위로 해도 처벌할 수 없어 사실상 낙태 자유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 된다는 지적이다.

이보다도 허용기준을 더욱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로서는 임산부의 치료 중 우려했던 낙태가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경우(간접적 치료낙태)와 임산부와 태아 중 한 생명만 살릴 수 밖에 없는 긴급 정황 하에서 부득이 낙태한 경우 외는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입장도 있다.

또 허용기준의 확대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즉 이에 해당하는 비판으로서는 ‘윤리적 적용’과 관련하여 임신의 원인인 범죄를 강간과 준강간으로 국한하기 때문에 미성년자 간음, 혼인빙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그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인정하지 않아 현실 문제 해결에 불충분하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방법상의 요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즉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임산부 이외에도 배우자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여 배우자 동의 여부가 가벌성(加罰性)에 영향을 미치게 한 것은 가부장제(家父長制)의 유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또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관점에서 무분별한 낙태를 방지하기 위한 상담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다.
  • 필자의 견해로는 낙태는 무고(無故)한 태아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이다. 그러므로 이를 법적으로 허용하거나 정당화하려면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켜서라도 더 중대한 법익을 보호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형법상의 긴급피난)라든가 임산부의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치료 행위가 우려는 했으나 의도하지 않았던 낙태를 초래한 경우(형법상의 허용된 위험)이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자보건법상의 허용 사유는 이보다 훨씬 넓게 규정되어 있으며 특히 우생학적(優生學的) 사유와 관련해서는 그 적용 범위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고 대통령령은 이를 폭넓게 규정하여 낙태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낙태의 정당화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낙태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형법상 불법에 해당하더라도 형사 책임을 면하게 하거나 형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을 형법은 열어놓고 있으며 처벌만이 낙태 방지의 대책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낙태 이유, 태아의 상태, 임산부의 처지 등을 고려할 때 낙태가 불가피할 경우는 형법상의 기대 불가능성에 기인하는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형의 면제 사유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태의 정당화 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하면 대부분의 낙태를 정당시하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할 우려가 있다.

또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결정하기에 앞서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상담원과 상담 기회를 주어 생명의 존엄성과 낙태에 따른 제반 문제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게 하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낙태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입법적으로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 낙태의 허용 범위 확대 및 자유화의 문제

  ① 외국의 경우

미국                      

미국은 대부분 주가 낙태죄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자제해 왔으나 1973년 로 v. 웨이드(Roe V. Wade)사건에 대한 판결 이래 각 주의 낙태죄 규정에 영향을 미치는 헌법적 판단을 계속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중에 낙태의 자유와 허용 범위를 확대시킨 것도 있고 제한한 것도 있다.

낙태 자유화 판결로 불리는 ‘로 v. 웨이드 사건’(Roe v. Wade, 410 U.S. 113, 1973) 판결이 낙태 자유화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 1973년 : 이 판결은 텍사스주 거주 제인로(Jane Roe, 실명 Norma McCorvey)라는 미혼 여성이 괴한들로부터 윤간(輪姦)당해 임신 되어 낙태하려고 했으나 주법(State Law)에 의해 할 수 없게 되자 임산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텍사스주 형법의 규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법의 집행정지 명령 청구 소송을 달라스 카운티(Dallas County) 검사 헨리 웨이드(Henry Wade)를 상대로 연방지방법원 합의부에 도(Doe) 부부와 함께 제기했다.

그 결과 연방지방법원 합의부는 텍사스주 형법규정이 연방헌법(수정 제9조 및 제14조) 위반이라고 선언했으나 텍사스주 정부는 이 집행정지 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원고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피고(텍사스주 검찰)도 위헌 선언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원고인 로(Roe Mc Corvey)는 소송 진행 중 출산했고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거로 텍사스주 형법규정이 헌법에 위배 된다고 7:2의 다수로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임산부 낙태 선택권리가 여성의 사생활에 관한 헌법상의 권리에 포함되며 태아의 생명권이 임산부의 선택권보다 우선한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고 임신 기간의 첫 1/3 기간에는 의사와 임산부가 상의하여 국가의 규제를 받지 않고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로 v. 웨이드사건 판결 결과는 당시 최소 49개 주의 낙태 금지법을 폐기(廢棄)시켰고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과 종교인 등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 1989년 : 웹스터 판결(Webster V. Reproductive Health Service)에서 연방대법원은 1989년 6월 미주리주 의회가 첫째, 임산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는 낙태 또는 그 보조행위에 공무원의 도움을 받거나 공공시설을 사용할 수 없고 둘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낙태 이외에 여성에게 낙태를 권유하거나 상담할 목적으로 공공 기금을 사용할 수 없으며 셋째, 임신 20주 또는 그 이상 된 태아의 낙태 수술에는 의사가 반드시 수술 전에 태아의 체중, 임신 기간, 폐의 성장 상태 등을 강제적으로 조사하는 규정 등을 포함 시킨 낙태 관련법에 대해 위헌(違憲)이 아니라고 판시(判示)하여 로 v. 웨이드 판결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37
  • 1992년 : 그러나 1992년의 Casey 판결에서는 연방대법원이 펜실바니아주 주법과 관련하여 임산부는 생존 능력 없는 태아에 대해 낙태를 선택할 헌법상의 근본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위급한 경우 외에 의사가 배우자의 동의 없이 기혼여성의 낙태 시술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주법은 여성의 낙태 선택권에 실질적 장애를 주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시하여 로 v. 웨이드 판결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미국에서는 이같이 임산부의 프라이버시(privacy) 특히 ‘여성의 낙태선택권’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자와 ‘태아의 생명권’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의 대립(對立)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낙태의 처벌(處罰)과 허용(許容) 문제가 각 주법(State Law)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 2006년 : 최근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낙태금지법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법안 내용은 2006년 3월 낙태 논쟁을 촉발(觸發)시킨 사우스다코타주의 법안과 유사한 것으로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외는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은 루이지애나주 주의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되었고 주지사의 서명까지 끝났으나 가족계획 단체(Planned Parenthood)의 세실 리처드 의장은 이 법안에 대해 입법 의원들의 결정이 잘못되었고 이 법안의 통과가 루이지애나 시민 대다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독일

  • 1871년 : 1871년의 독일제국형 법전은 낙태죄의 처벌 규정을 두었을 뿐 낙태의 허용(위법성 사유)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았다.
  • 1927년 : 1927년 독일제국 법원은 임산부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치명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낙태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시했고, 이런 사유가 후일 의학적 적응(사유)로 표현되었다.
  • 1953년 : 1935년 ‘유전성질환 후손 방지 개정법률’(das Gesetz zur Änderung des Gesetz zur Verhütung erbkranken Nachwuchses)은 태아에게 중대한 정신적, 육체적 유전성 질환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했고 이것이 처음 ‘우생학적 적용’의 경우로 불리워졌다. 이 밖에도 사회적 경제적 곤궁 상태나 긴급 상해를 이유로 하는 낙태가 허용되었는데 이를 ‘사회적 적용’의 경우로 부른다.                  
  • 1974년 : 1974년 6월 18일 ‘형법 개정법’을 통하여 임산부의 동의를 얻어 의사에 의해 행하는 임신중절은 임신 후 12주가 넘지 않았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간 해결 방식 허용 사유를 규정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1975년 2월 25일의 연방헌법제판소 위헌(違憲) 판결로 무효화 되었다. 판결 요지는 이렇다.

“태아의 생명은 독립적(獨立的) 법익으로서 헌법의 보호 아래 있고 국가와 산모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태아의 생명보호는 원칙적으로 모든 임신 기간에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보다 우선하며 일정 기간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최고 명판결로 보인다. – 편집자)

  • 1976년 : 이렇게 위헌으로 판결된 후 1976년 5월 15일 ‘제15차 형법 개정법’에 의해 문제의 규정이 수정(修正)되고 ‘적응 해결방식’을 따르게 되었다.
  • 1992년 : 독일은 통일 후 1992년 7월 27일 ‘임산부와 가족 원조법’(Schwangerenund Familienhilfegesetz)을 제정하면서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는 낙태 3일 전까지 공인된 상담소에서 상담할 것을 조건으로 허용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 1993년 : 이 규정도 1993년 5월 28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75년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위헌으로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태어나지 않은 아기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는다고 했다.
  • 1995년 : 그 결과 1995년 8월 21일 ‘임산부와 가족 원조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달라진 형법의 부분은 1996년 6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 오늘날 ‘독일형법 제218조 a’는 낙태의 처벌 면제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제1항 : 임산부의 낙태 촉탁과 임신 갈등법에 따른 관인 상담소에서 상담한 확인서를 발급받아 수술 3일 이전에 수술할 의사에게 입증해야 하며 수정란의 착상(着床) 후 12주 이상 경과 하지 않았을 때는 그 행위가 낙태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2항 : 임산부의 승낙을 받아 의사가 행한 낙태는 임산부의 생명, 신체에 현저한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그 행위가 낙태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3항 : 아동 간 강간, 준강간에 의한 임신은 12주가 넘지 않았으면 그 행위가 낙태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정당화 사유)

제4항 : 낙태가 의사와 상담(제219조 긴급 및 갈등 상황의 임산부에 대한 상담) 후에 이루어지고 수정란 착상 후 12주 이상 경과 되지 않은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 또 법원은 수술 당시 임산부가 특별한 곤경에 처한 경우는 형을 면제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독일의 낙태 관련 입법은 낙태의 허용 범위를 넓히려는 경향을 보였으나 연방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과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중시하는 확고한 입장에서 이를 견제해오고 있다.

현행 형법상의 규정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경우 낙태죄 구성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제218조의 a, 제1항)은 실제로 낙태의 비범죄화 내지는 여성의 낙태 자유에 광범위한 영역을 열어줄 수 있는 핵심조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본

  • 1948년 : 일본은 구형법(1882년)에 낙태 처벌 규정을 도입하여 현행 형법에도 존속되고 있으나 1948년 전후(戰後) 경제적 혼란과 열악한 식량 사정 등을 배경으로 하여 ‘우생보호법’(優生保護法)이 제정되었고 이에 의해 적용 사유가 있는 경우는 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게 되었다.
  • 1996년 : 1996년의 ‘모체보건법’(母體淡健法)은 임신의 계속이나 분만이 신체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폭행, 협박 또는 저항이나 거절할 수 없는 정황에서 임신한 경우에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으며(제4조 1항), 수술할 의사는 의사회 지정의 의사에 한하며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나 배우자를 알 수 없거나 배우자가 의사 표시를 할 수 없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수술할 수 있다.                

‘적응사유’ 유무 판단은 지정 의사에게 위임되어 있고 낙태죄에 대한 조사가 실질적으로 행하여지고 있지 않아 일본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거의 완전히 자유화되었고 낙태죄는 사실상 비범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일본에서 낙태죄가 적용되는 재판의 예는 거의 없는 형편이며 1999년에는 낙태죄 인지 건수가 전무했다.

중국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은 산아제한(産兒制限)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고 추진해오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2019년 현재는 많이 완화되었다. – 편집자)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은 “국가는 산아제한을 시행하여 인구 증가가 경제사회 발전과 조화를 이를 수 있도록 하며(제1장 제25조), 부부 쌍방은 모두 산아제한을 실행할 의무를 갖는다.”라고 규정하며(제2장 제 49조) 2001년의 “중화인민공화국 인구와 산아제한법은 산아제한의 실행을 국가의 기본적인 정책으로 명시하고 국가는 계획 출산 업무를 장려하며(제1장 제2조), 한 부부는 한 자녀를 출산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992년의 ‘중화인민공화국-여성권익보장법’은 여성은 산아제한의 요구에 따라 임신을 중지할 수 있고 수술 후 6개월 이내에 남편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제7장 42조), 관련 규정에 따라 자녀를 출산을 거부할 권리도 갖는다.”(제7장 47조)라고 규정했다.

이상과 같은 정책과 제도하에서 낙태죄의 처벌이란 사실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낙태 수술이란 피임에 실패한 후 산아제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중국은 임신 발견 후 60% 정도의 여성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 기타 국가            

대부분 낙태죄 처벌 국가가 일정 조건하에 낙태를 허용하는 규정을 함께 두고 있다. 임산부의 생명보호를 위한 경우에만 허용하는 국가(아일랜드, 칠레, 아프카니스탄, 이란 등)가 있는가 하면 이와 동시에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경우, 태아의 결함으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아르헨, 페루,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가 있고 초기(대체로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일정한 요건하에 허용하는 규정을 둔 국가(프랑스, 캐나다, 네델란드, 스웨덴 등)와 사회, 경제적 적응 사유를 포함 시킨 국가(영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있다.

   한국

한국의 낙태허용 범위의 확대와 자유화에 관한 논의는 낙태의 허용 요건을 수정 보완하여 처벌을 완화하자는 견해, 임부에게 낙태 선택권(자기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 일정 기간 내의 낙태를 자유화하자는 견해, 낙태죄 중 일부를 비범죄 하자는 주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사회적 경제적 적응 유형 도입문제

한국의 ‘모자보건법’은 의학적, 우생학적, 윤리적 사유만 인정하고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나 현실적으로 행해지는 낙태 대부분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현실 문제 해결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미성년자 낙태, 자녀 수 조절을 위한 낙태,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낙태 등이 범죄 원인이 되지 않도록 ‘모자보건법’을 개정(改定)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자보건법’ 개정은 대부분 낙태 행위를 비범죄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상대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경시(輕視)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

  • 임산부에게 낙태 선택권(자기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

이 견해는 임신이 여성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이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은 여성이므로 낙태 여부(與否) 결정도 여성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록 태아가 임산부의 소유(所有)나 그 신체(身體)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생명체라 할지라도 원치 않는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과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이를 일종의 침해로 볼 수 있고 이때 임산부는 스스로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신체에 관한 여성의 개인적 자유라고 하는 논리이다.            

형사정책연구원(심영희 교수)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 낙태결정권에 관한 질문에서 낙태 여부는 여성의 자율(自律)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반대 의견보다 많았고 특히 낙태결정권을 기간방식에 의한 낙태 허용의 형태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의 낙태 여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헌법적 근거로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규정과 개인의 행복 추구권은 개인의 자기 운명 결정권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 낙태죄 일부를 범죄로 인정하지 말자는 견해

이 견해는 낙태죄 중 임산부의 자기 낙태죄(제269조 제1항)와 동의 낙태죄(제269조 제2항, 제271조 제1항)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것(비범죄화)을 주장한다. 낙태죄 비범죄화의 논거는 태아(胎兒) 출산 여부에 대한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에 있으며 이런 자기 결정권은 기본적으로 태아의 출산과 아이의 양육은 임산부의 지배 영역임과 동시에 책임 영역이라는 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낙태를 결정하기 전에 임산부가 법정 기관 또는 의사와 상담 등 객관적 전문적 입장에서 조언해줄 사람과의 진지한 논의를 거침으로 신중하고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자기 낙태’와 ‘동의 낙태’의 비범죄화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사문화(死文化)되어 있는 현실과 법규범(法規範)을 일치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점토 지적하고 있다.

   ③ 낙태 자유화 주장에 대한 비판

낙태를 자유화(自由化)하여 태아의 생명을 ‘법적 보호’에서 제외(除外)하는 것은 인간 생명을 경시(輕視)하는 야만적(野蠻的) 행위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 왜냐면 인간의 생명은 이미 어머니의 배에서 잉태(孕胎)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귀한 삶은 생명을 그 전제로 하기에 인간에게 있어 생명보다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인간 생명에 대한 권리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하였고(헌재결 1996.11.28. 95헌바1), 대법원은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懷妊) 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아래 국민 일반이 가지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에 합치되는바”(대판 1985.6.11. 84도 1958)라고 하여 형법상의 낙태 조항이 합헌적임을 밝혔다.

그러므로 태아의 생명은 어느 누구에게 종속(從屬) 된 생명이 아니고 독자적(獨自的) 생명이다. 그러므로 타인이 마음대로 태아의 생명을 처분할 수 없다. 무고한 생명이 타인의 의사(意思)에 의해 침해되는 것보다 더 큰 인격적 침해는 있을 수 없으며 이보다 더 큰 인간의 존엄성 침해도 있을 수 없다.                  

낙태의 자유화는 낙태가 더 이상으로 법적으로 문제 되는 범죄(犯罪)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아울러 낙태를 당연시(當然視)하는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 또 낙태가 성행할수록 낙태에 따른 문제와 부작용도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낙태 자유화 반대입장은 태아 생명을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개인 의사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처분할 수 있다고 보면서 이를 정당시하는 것은 반대하는 것인데 그 중점이 있다. 결코 낙태 행위의 처벌을 강화(强化)하자는데 그 중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면 낙태에 관여된 임산부나 행위자의 여러 가지 정황이 처벌 문제에는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또 처벌만이 낙태 예방의 유일한 수단도 아니기 때문이다.

4. 기독교 생명윤리 관점에서 본 낙태

(1) 서언

기독교윤리학(Christian Ethics)은 ‘인간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윤리학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 내용도 철학적 논리 중심이 아니라 성경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독교 생명윤리는 기독교 윤리 중에도 특히 사람의 생명에 관한 것으로 그 범위가 한정된다고 볼 수 있다. 생명윤리학은 관점에 따라 생식 윤리학, 진료 윤리학, 죽음 윤리학 등을 그 범주에 포함 시킨다.                    

낙태 문제는 기독교적 생명윤리에 관련되는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며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성경 중심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고 낙태에 대한 교계의 태도를 개관하고자 한다.

(2) 생명의 창조자와 주관자는 하나님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니 성령이 되었으며 하나님은 자기 형상(刑象, image of God)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복을 주시며 생육(生育)하고 번성(繁盛)하여 땅에 충만(充滿)하라고 하셨다.(창 1:27,28) 

이처럼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존재이므로 그 생명은 신성(神性)하고 귀중하다. 하나님은 생명의 원천(原泉)이시고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신 자이시며 생명의 주관자(主管者)이시다. 그러므로 생명의 주인(主人)은 하나님이시며 인간이 마음대로 생명을 처분할 수 없다.

(3) 수태와 하나님의 섭리

사람의 생명은 수태(受胎)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수태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새로운 생명체의 시발점이다. 성경에 의하면 수태와 관련하여 하나님의 섭리(攝理)가 나타난 사실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님의 사자(使者, messenger)가 아브라함에게 그의 아내 사라가 아들을 수태를 알렸고(창 17:16), 이삭이 그의 아내 리브가의 잉태를 위해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 간구를 들으사 잉태하게 되었으며 리브가가 잉태한 복중에서 두 민족으로 나뉘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게 되리라고 말씀했다.(창 25:21-23) 사사기에는 하나님의 사자가 마노아와 그 아내에게 삼손을 수태할 것과 그가 블레셋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씀했고(삿 13:2-5),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에게 내가 너를 복중에 짓기 전에 알았고 태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구별하여 선지자로 세우셨다고 말씀하셨다.(렘 1:5)             

신약의 세례 요한도 천사 가브리엘이 사가라에게 그의 처 엘리사벳이 잉태할 것과 태어날 아들이 장차 하나님 앞에 큰일을 할 것을 고지(告知)했다.(눅 1:13-19) 예수님 탄생(誕生)과 관련해 천사 가브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들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을 예고(豫告) 했고(눅 1:26-30), 남편 요셉에게는 주의 사자(使者)가 현몽(現夢)하여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된 사실을 알게 했다.(마 1:20,21)

이상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는 이미 수태 과정부터 구체화 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태아의 생명을 중히 여겨 보호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낙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바른 태도

  ① 한국 로마 가톨릭(천주교)

로마 가톨릭은 이미 4세기부터 낙태를 범죄로 처벌해 왔고, 수태와 동시에 영혼(靈魂)도 존재한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1951년 교황 비오 12세(Pope Pius XII, 1876-1958)가 낙태 관련 연설을 통해 낙태는 태아의 성장 정도에 관계없이 중대한 윤리적 죄악이며 모체(母體)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의도하지 않았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 낙태가 허용된다고 했다. 또 1974년 11월 18일에는 교황청이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길다.

“인간의 첫째 권리는 생명권(生命權)이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잉태(孕胎)되는 첫 순간부터 요구된다. 모체의 난자(卵子)가 수정(受精)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生命)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법과 자연 이성(理性)은 무죄한 사람(태아)을 죽일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배격(排擊)한다. 인공유산을 거부하는 것이 심각한 부담 될 수 있는 어떤 경우도 타인(他人)의 생명을 처분할 권리를 객관적으로 누구도 부여할 수 없다.”

한국 로마 가톨릭교회는 1988년 5월 주교회의에서 인공유산과 불임수술에 관한 교서를 발표했고, 1992년에는 ‘형법 개정안’이 ‘모자보건법’ 상의 인공임신 중절 허용 사유를 형법에 도입에 대해 반대입장을 취했다. 같은 해 서울대교구는 ‘참생명학교’를 시작 8주간씩 연 2회 생명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2001년에는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가 발족 되었고 l989년 이래 ‘성가정입양원’이 미혼모가 낳은 아기의 입양주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② 한국 개신교                  

한국 개신교는 교황청을 중심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천주교 낙태 반대 운동과 그 방법이나 정황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낙태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자기 형상대로 창조하였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님의 창조에 근거하며 인간의 생명이 존엄한 만큼 태아의 생명도 존엄하다. 그러므로 낙태는 성경 원리에 반(反)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개신교의 낙태 반대운동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움직임으로는 ‘한국 낙태반대운동연합’의 활동을 들 수 있다. 1994년 4월 보수적 기독교 교단이 연합하여 발족시킨 ‘낙태반대운동연합’은 학술회의, 낙태된 태아의 생명을 위한 기도회, 회개 운동, TV 등을 통한 계몽운동 등 낙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밖에도 새생명사랑회, CMF(한국누가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을 통한 낙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행하여지고 있다.

맺는말

인간의 생명은 수태(受胎)와 동시에 시작되며 태아기(胎兒期)를 거치지 않은 인간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출생 후의 생명 못지않게 태아기의 생명도 소중하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의 존엄을 그 핵심점으로 하며 이에는 태아의 생명 존엄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태아의 생명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충분하고 명백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가 범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태아의 생명이 임산부의 생명과 충돌(衝突)하여 태아의 생존이 임산부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시키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범위를 초과하여 낙태를 정당화시키거나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근거로 낙태를 자유화하자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임산부의 갈등과 고통 등 개인적 사정과 여의치 못한 사회적 현실 등 경우를 따라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이 적절하지 못한 정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낙태를 정당화시키거나 정당화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치된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은 낙태율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며(세계 1위 – 편집자) 기독교인 중에도 낙태를 경험했거나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독교 윤리의 관점에서 볼 때 낙태는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중대한 범죄이다. 그러므로 이런 죄를 범했거나 낙태를 가볍게 생각했던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앞에 통회 자복하고 회개하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낙태 예방(豫防)은 단순한 낙태 반대운동이나 처벌(處罰)의 확대 강화에 의존해서는 그 실효(實效)를 거두기 어렵다. 낙태 원인이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살피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종합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낙태에 대한 계몽활동의 강화, 미혼모와 그 출산아에 대한 배려와 인식의 개선, 출산 장려와 자녀 양육, 교육비 보조 정책의 강화, 상담 기구의 증설과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는 생명과 사랑의 종교이다. 그러므로 기독인은 생명 존중의 아름다운 윤리를 실천하는 일에 힘써야 하며 낙태 예방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도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글쓴 이 / 이형국(李炯國) 박사(법학 박사, 경력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법과대학 학장,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한국교정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원장, 한림대학교 석좌교수) 출처, ‘애굽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김차생 장로 고희 및 이사장 은퇴 기념 논총, 서울, 웨스트민스터출판부) 2007. pp.303-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