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성령에 관한 단편적 묵상 균형 잡힌 성령론

1. 성령 하나님에 관해서 

주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베드로는 사도들을 대표하여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고백했다. 이것은 그가 이미 이런 신앙고백을 통해서 거듭난 사람 즉 중생한 사람이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베드로나 다른 사도들은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표적을 행하고 귀신을 쫓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순절 성령님이 강림하시기 전까지는 여전히 성령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의 심령에 영구적으로 내주하시지 않았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성령께서 영구적으로 내주하시기 시작한 것은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이다. 요약하면 오순절 성령강림 전 사도들도 성령님의 힘을 입어 역사했지만 그리고 또한 중생한 사람들이었지만 성령님의 영구적 내주는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을 통해 죄인을 위한 구속을 완성하셨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 아버지께로부터 약속된 성령을 받아 당신의 백성들에게 교회에게 부어주시게 되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10일 만에 성령님이 강림하셨고 성령님이 강림하신 이후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중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님은 영구적으로 내주하시게 된 것이다. 이런 신학적 세부내용들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성령론에서의 탈선을 막는 좋은 방법이 된다.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이 그토록 신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그 사건이후로 성령님이 하나님의 백성들 안에 그리고 교회 안에 영구적으로 내주하시기 시작하셨고 성령님의 영구적인 내주야 말로 우리를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게 하시는 하나님의 목적의 성취를 향한 거대한 진보이기 때문이다. 내주하시는 성령님에 의해 날마다 우리가 지배되고 통제되는 상태가 바로 ‘성령 충만’한 상태이며 ‘성령 충만’은 때로 신령한 은사들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오늘날 은사 폐기론 자들이 더러 있지만 신령한 은사들이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보는 입장은 성경을 통해 증명되기 어렵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2. 성령 하나님 실종시대

1906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아주사 길(Azusa Street)에서 오순절운동(五旬節運動, Pentecostalism)이 시작된 이래로 100여 년 동안 오순절운동은 세계 기독교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같은 오순절운동의 공헌은 무엇보다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무시되고 잊어졌던 삼위일체의 제3위이신 성령님의 본질과 사역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늘날 오순절운동이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분파되어 가면서 극단적인 오순절 또는 은사운동(恩賜運動, Charismatic Movement)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성령(聖靈)이 실종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말이나 제스처로는 성령을 강조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과 영성 속에는 성령님이 실종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성령님이 언제 어디서나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성경)과 더불어 일하신다는 매우 기본적인 종교개혁 신학적 통찰을 망각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즉 성령님은 항상 말씀과 함께 또 말씀을 통해 일하신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이상한 신비적 현상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무리 성령을 강조해도 그것은 성령의 역사가 아니다.  

 그리고 성령은 자신을 증거 하러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숨기시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하시려고 이 땅에 오신 것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신약성경의 통찰에 대하여 무지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말’을 성령의 예언이라고 선포하고 ‘마귀가 준 말’을 성령의 방언이라고 주절대고 ‘자기의 생각’을 성령의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마귀가 준 생각’을 성령이 준 생각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마귀의 역사로 일어난 기적과 치유 현상을 성령의 기적이라고 포장하고 마귀의 역사로 일어난 투시 현상을 성령의 은사로 주장하고 마귀의 역사로 일어난 입신과 쓰러짐 등의 현상을 성령의 역사라고 내세운다. 그러면서 곳곳에서 분열의 역사를 재촉하고 비난과 증오를 심는다. 그리고는 일어나는 모든 신비한 일들에 대해 모든 영광을 성령께 돌린다고 말은 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취한다.

이같이 소위 성령이 강력하고도 충만하게 역사한다는 그 무수한 성령운동의 현장에 성령이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말세의 특징적인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은 오늘 우리에게 모든 영들을 시험하고 분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라.”(요일 4:1)  

 3. 균형 잡힌 성령론

우리가 고린도교회를 생각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고린도교회는 신령한 은사들이 풍부했지만 고린도교회 성도들 대부분은 아주 어리고 미숙한 성도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성령의 은사 그 자체만으로는 결코 성도들의 성숙도를 측정할 수가 없다. 믿음이 어린 성도들에게도 방언의 은사가 주어지기도하지만 믿음이 성숙한 성도들 중에도 방언의 은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은사를 사용함에 있어서 항상 질서를 따라 하도록 명령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극단적인 성령운동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은 성령의 은사 사용에 있어서 극단적인 무질서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령의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성령의 뜻에 불복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자각해야 한다.

정말 성숙한 성도의 삶에 따르는 성령의 열매란 무엇인가? 성령의 열매란 성도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역사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닮아 가면서 맺게 되는 영적 미덕들이다. 성도는 성령의 역사를 통해 영적으로 성숙해 감에 따라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등의 열매를 맺게 된다.  

우리 주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마 11:29)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인격에 온유함과 겸손함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바로 성령이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바르게 이해해야 할 것은 특정한 은사가 없을 경우에라도 그 사람이 구원받지 못한 것은 아니며 또 특정한 은사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성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성령의 열매가 그의 삶에 없을 경우에는 그 사람의 구원 여부와 신앙의 성숙 여부를 의심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을 입술로 믿는다고 고백하고 상당한 기간의 신앙생활을 했으면서도 그 사람의 삶과 인격 속에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구원 여부와 성숙 여부를 심각하게 의심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령의 은사’와 ‘성령의 열매’의 차이점이다.  즉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설령 방언의 은사나 가르침의 은사는 받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성령의 열매가 우리의 삶과 인격 속에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는 과정은 어떠한가?      

첫째, 우선 우리는 날마다 성령의 충만을 사모해야 한다. 성령께서 우리를 지배하시고 통치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인격 속에 성령의 열매가 맺어질 길이 없는 것이다. 성령 충만은 말씀과 기도를 떠나서는 없다. 그러므로 ‘성령 충만’을 ‘말씀 충만’이라고도 한다.

둘째, 우리는 날마다 말씀과 기도 가운데 성별 된 삶 즉 성령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령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기고 깨닫게 하시며 말씀을 따라서 살게 하신다. 바로 그 때 우리의 삶과 인격 속에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성령은 또한 우리로 하여금 기도 가운데 주님과의 친밀한 인격적 교제를 누리게 하신다. 바로 그 때 우리의 삶과 인격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육신의 소욕을 죽이고 성령의 소욕을 살리는 성령의 역사에 동참해야 한다. 성령은 우리가 육신의 소욕을 쳐 복종시키고 성령의 소욕을 선택하도록 이끄신다. 우리는 성령의 이러한 이끄심에 순복해야 한다. 바로 그 때 우리의 삶과 인격 속에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글쓴 이 / 정성욱 교수(덴버신학교,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