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의 편견과 오해
신학의 편견과 오해
소경이 코끼리 만지기
– 코끼리 일부만 보고 코끼리 전체를 봤다는 오류에 관하여 –

코끼리의 코는 코끼리의 코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코끼리가 될 수 없다. 이 같은 맥락으로 코끼리의 눈, 귀, 상아, 다리, 몸통 등은 코끼리의 눈, 귀, 상아, 다리, 몸통 코끼리 일부분일 뿐이지 코끼리라는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식의 오류는 신학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며 그 대표적인 예들로는 다음과 같다.
- 신구약의 유기적 통일성을 저해하는 관점 : 구약 성경만 가지고 성경 전체를 해석하려고 하는 오류(유대주의류, 에비온파류) vs. 신약 성경만을 가지고 성경 전체를 해석하려고 하는 오류(마르키온파류)
- 16세기와 17세기 사이의 신학적 연속성을 저해하는 관점 : 16세기만 가지고 종교개혁 역사 전체를 해석하려고 하는 오류(16세기와 17세기 사이의 불연속성 강조류) vs. 17세기만 가지고 종교개혁 역사 전체를 해석하려고 하는 오류(16세기 종교개혁 1세대 비하류)
- 율법과 복음 사이의 유기적 통일성을 저해하는 관점 : 율법만 가지고 기독교적 실천을 완성하려고 하는 오류(율법주의류, 형식주의류) vs. 복음 만을 가지고 기독교적 실천을 완성하려고 하는 오류(반율법주의류)
- 경건과 학문 사이의 유기적 통일성을 저해하는 관점 : 경건을 기독교 전부로 이해하는 오류(머리가 빈 채 근거 없는 뜨거움만 존재할 가능성 증대류) vs. 학문 만을 기독교 전부로 이해하는 오류(차가운 지성주의 늪에 빠져 교만의 절정에 이르게 되는 계몽주의류)
-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역할 사이의 유기적 연합성을 저해하는 관점 : 하나님의 주권만 드높이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두는 오류(인간의 역할과 책임이 경시되는 하이퍼 칼빈주의류) vs. 인간 역할 만을 드높이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두는 오류(하나님의 주권이 경시되는 펠라기안류)
- 북미 신학과 유럽 신학 사이의 상호간 중요성을 저해하는 관점 : 북미 신학만 기독교 신학의 핵심 중추로 이해하는 오류(북미에서 유학했을 확률이 높음) vs. 유럽 신학만 기독교 신학의 핵심 중추로 이해하는 오류(유럽에서 유학했을 확률이 높음)
- 교회와 신학 사이의 유기적 통합성을 저해하는 관점 : 교회 사역을 탁월하게 감당하는 것만을 소명 의식의 궁극적 성취로 이해하는 오류(빨리 괜찮은 교회 담목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찬 류) vs. 신학 공부를 탁월하게 하는 것만을 소명 의식의 궁극적 성취로 이해하는 오류(빨리 안정적인 신학교 교수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찬 류)
- 하나님의 성품들의 유기적 통일성을 저해하는 관점 : 하나님의 사랑, 자비, 돌보심 만을 하나님의 성품으로 보고 싶어 하는 오류(죄를 향한 하나님의 진노, 분노, 화내심은 일부러 보고 싶지 않은 편식쟁이류) vs. 하나님의 진노, 분노, 화내심 만을 하나님의 성품으로 보는 오류(하나님을 성격 더러운 분으로 상정한 후 그 앞에서 맨날 쫄아 자유함이 없이 빌빌대는 류)
- 그리스도의 두 본성 간의 위격 연합을 저해하는 관점 : 그리스도의 신성만 그리스도의 본성의 전체로 이해하는 오류(아폴리나리우스주의류) vs. 그리스도의 인성만 그리스도의 본성의 전체로 이해하는 오류(아리우스주의류)
부디 소망하는 것은 코끼리 일부분만 보고 그것이 코끼리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거짓말이고 그것은 결국 코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여, 우리에게 코끼리 전체를 바르게 조망할 수 있는 눈을 주소서!(*) 글쓴 이 / 박재은 박사(총신 조직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