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이란 무엇인가?

왕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선지자 느헤미야가 외쳤던 것처럼 건축하는 자가 각각 칼을 차고 건축하는 일을 하듯이(느 4:18) 세상의 전 영역의 최전선에서 예수쟁이로 세상 사람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사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런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진 열정적 개혁주의자 그가 바로 ‘영역주권’(領域主權, Sphere Sovereignty)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네덜란드의 개혁주의 목사요 신학자요 또한 정치가였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였다.

하나님은 구원(救援)의 하나님이시며 또한 창조(創造)의 하나님이시다. 그 하나님은 만물을 그 종류(種類)대로 창조하셨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 ‘종류대로’의 창조개념을 생물학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세상 모든 영역으로 확장했다. 마치 이사야와 예레미야의 소명이 다르고 베드로와 요한과 사도 바울의 소명이 다르듯 세상의 다양한 국면들 속에도 각각 하나님이 창조하신 고유한 주권적 영역이 있는데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것을 ‘영역주권’(領域主權)이라 하였다. 즉 아브라함 카이퍼는 구원의 적용범위를 인간뿐 아니라 창조세계의 전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그 최종 목적은 원(原) 우주의 총체적 회복에 있다.

천국도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창조의 장소이다. 그리스도는 죄로 인해 타락된 인류의 구속(救贖)을 위한 중보자이실 뿐 아니라 또한 파괴되고 왜곡된 창조세계의 회복자이신 것이다. 물론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의미를 고장 난 지구를 고치시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천국은 그런 인간의 물리적 수선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세례 요한처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외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 모든 영역 가운데 그리스도가 주인이 아닌 영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 세계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영역의 창조주이시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다 하나님의 것이고 그리스도의 것이며 우리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영역을 회복함에 있어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그러므로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따라서 카이퍼는 이 세계를 ‘거룩’(聖)과 ‘세속’(俗)으로 구분하고 이 세상에서 도피하는 종교적 은둔주의 내지 도피주의를 반(反) 성경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열정을 품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 이 영역은 보편적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수동적으로 기도나 하며 사는 은둔자(隱遁者)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 정치, 경제, 사회, 학문, 과학, 문화, 예술, 학교, 직장 등 세상 전 영역의 최전선에서 빛과 소금처럼 드러난 예수쟁이로서 세상 사람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브라함 카이퍼는 창조원리로 ‘영역주권’을 해석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이 같은 사상은 1880년 10월 카이퍼가 설립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rije Unversiteit te Amsterdam) 활동과 1898년 프린스턴대학에서 행한 ‘칼빈주의 스톤 강좌’(Stone Lectures)에 잘 나타나 있다.(이 강연은 Lectures on Calvinism이라는 제목으로 미 어드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도 번역본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사람은 네덜란드 자유대학의 법철학 교수를 지내고 왕립과학원의 회원이었던 기독교 철학자 헤르만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 1894-1977)였다. 탁월한 기독교 철학자 도예베르트를 통해 ‘영역주권’ 사상은 개신교 영역 안에서 등장한 정치철학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개혁주의 세계관의 전통을 충실하게 반영한 기독교 정치철학이 되었으며 오늘날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가장 중요한 정치사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글쓴 이 / 조덕영 박사(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신학자,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 출처 /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