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오늘의 종교개혁을 말한다 종교개혁이 낳은 교육개혁

The Protestant Reformation, painting by Wilhelm von Kaulbach (1805-1874)

역사의 현장에서 종교개혁을 직접 경험했던 신자들 입장에서 보면 종교개혁은 예배개혁이었다. 무엇보다 성직자의 주된 역할이 바뀌었다. 중세의 사제(司祭)는 미사와 성례를 집례 했다. 미사 때마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재현했다. 사제는 회중을 등지고 제단을 향해 서서 일종의 치성(致識)으로서의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과 더불어 이런 예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개혁된 교회의 성직자들은 회중을 향해 섰다. 그리고 미사대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번에 완성하신 구원의 복음을 선포했다. 이제 교회의 성직자는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말씀의 사역자’가 되었다. 이러한 예배개혁은 자연스럽게 교육개혁을 낳았다. 설교자로 훈련받기 위해 예비 성직자들은 성경원어를 학습해야했다. 또한 복음을 설득력 있게 변증하기 위해 그들은 인문학적인 소양과 수사학적인 훈련도 받았다.

종교개혁 초기부터 비텐베르크 대학은 루터와 맬랑히톤의 지도아래 성경과목과 성경원어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교과과정 개편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말씀의 사역자’로서 잘 준비된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대학에서 새롭게 개편된 성경과목과 성경원어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젊은 성직자들의 비율이 중세 말 40%를 밑돌다가 1590년대에 이르면 86%로 급등하고 1609년에는 거의 94% 정도까지 올라갔다.

개혁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16세기 후반 부쩌가 사역했던 스트라스부르크의 경우 목회자 132명 중 97명이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했다. 취리히의 츠빙글리 역시 성직자의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1525년부터 신학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말씀(예언) 학교(Prophezei)를 열어 목회자들의 교육 주로 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 성경을 읽고 대조하며 성경주해 시행을 실천했다. 요컨대 종교개혁은 이 같은 교육개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교육개혁의 수혜자는 점차 교구민들에게 확장되었다.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진리에 대한 무지야말로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는 인식이 종교개혁가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었다. 교회개혁이 시작된 후 에른스트 작센 지역 교구민들의 신앙 실태파악에 나섰던 루터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 제가 얼마나 비참한 상태를 보았습니까?”라고 부르짖었다.  

루터와 함께 했던 맬랑히톤 역시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람들을 엄청날 무지와 어리석음 속에 방치하여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책임져야 할 것인가! 이 불행한 사태를 목격하면서 나의 가슴은 피를 흘리고 있다. 우리가 한 지역의 조사를 마치고 나면 나는 종종 구석으로가 눈물을 흘림으로써 나의 마음을 달래곤 한다.”

루터와 맬랑히톤은 무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요리문답을 통해 교인들에게 복음진리를 열심히 교육시켰다. 개혁파학교들 중 특히 칼빈의 제네바 아카데미(Geneva Academy)가 제일 유명했다. 특이한 것은 목회자 양성만 목표 한 신학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초급과 중급학교에 해당하는 과정과 대학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나뉘어 있었다. 신학수업이 이루어지는 상급과정에서도 신학과 더불어 고전 언어, 시, 철학, 수사학, 변증법, 물리, 수학, 의학은 물론 이후 법학 수업까지 이루어졌다.

1559년 정식으로 개교할 당시 약 600명의 학생이 등록하여 말씀 중심의 개혁파 신앙에 기초한 교육을 받았다. 칼빈이 사망한 1564년에는 그 수가 무려 1500명(초중급 1200명, 신학대학 300명)에 이르렀다. 특히 타국에서 온 상당수의 유학생을 포함했기 때문에 제네바 아카데미는 칼빈의 종교개혁과 개혁주의를 유럽 전역에 확산시키는 일종의 사령탑 역할을 감당 했다. 흥미롭게도 칼빈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이 발견한 자연과학과 수학 그리고 인문학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오늘 모든 합신과 일반학교에서 학문을 연마하는 우리의 모든 자녀들에게 칼빈의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진리는 하나님에게서 나옵니다. 설사 악인이 말한 진실과 정의라도 그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인 이상 우리가 거절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하나님은 모든 것의 주인이십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이 모든 것들을 선용하는 것이 지극히 합당하다는 사실에 대해 그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딛 1:12 주석)(*) 글쓴 이 / 안상혁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