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성전 회복 빛의 축제 수전절

수전절(修殿節, Hanukkah)은 유대인들이 셀류쿠스 왕조(The Seleucid Empire, BC 323–64)의 안티오쿠스 4세(Antiochos Ⅳ Epiphanes, BC 215?- 163)에 의해서 더럽혀졌던 성전을 되찾아서 다시 하나님께 바친 것을 기념하는 절기로, 모세 율법을 통해 정해진 절기는 아니었지만 마카비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유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지켜지는 명절이다. 수전절을 보통 ‘하누카’(Hanukkah)라고 하는데 이는 ‘봉헌’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1. 수전절의 기원
남 유다는 주전 586년 바벨론에 멸망 지배를 받았는데 이어 차례로 바사(페스시아), 헬라(그리스)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바사를 정복한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죽고 제국은 넷으로 나뉘었는데, 유대인들은 그중 프톨레미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이때는 종교적으로는 비교적 독립적이었고 대제사장은 유대인들의 실제적인 최고지도자였다.
그런데 프톨레미 왕국이 셀류쿠스 왕국에 패하자 유대인들은 주전 198년부터 셀류쿠스 왕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셀류쿠스 왕국은 강력한 헬라화 정책을 폈는데 그중 주전 175년부터 163년까지 안티오쿠스 4세의 통치 시기에 유대인들에 대한 핍박은 극에 달했다.
셀류쿠스 왕국의 안티오쿠스 4세는 친 헬라파 야손을 대제사장으로 세웠는데 야손은 사독 가문의 마지막 합법적인 대제사장 오니아스 3세의 동생으로 안티오쿠스 4세 입장에서 헬라화 정책을 수행하기에 합당한 인물이었다. 야손은 3년간 대제사장으로 있었는데 그 동생 메네라우스가 야손보다 은 300달란트를 더 바치겠다는 거짓말로 대제사장직을 차지했다. 메네라우스는 자기 백성의 살육을 충동질하고 심지어 안티오쿠스 4세가 지성소에 들어가 약탈할 때 그를 인도하기까지 했다.
다니엘 11장에 기록된 대로 프톨레미 왕조와 전쟁에서 패한 안티오쿠스 4세는 그 분풀이로 유대인들에 대한 핍박을 더 강화했다. 안티오쿠스 4세는 주전 167년 성전에서 매일 드리는 제사를 폐지했고 성전의 제단에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그것에 절하게 했다. 또 그는 할례 예식과 안식일 규례를 금하는 칙령을 공포했다.
심지어 왕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매월 25일마다 유대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돼지를 잡아 성전 제단에 바치게 했다. 왕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온몸이 불구가 되기도 했으며, 산채로 십자가에 매달리기도 했고 교수형에 처해 지기도 했다. 또 안티오쿠스 4세는 자신을 가리켜 스스로 ‘에피파네스’라고 불렀는데 이는 ‘신이 현현(顯顯)했다’는 의미로 자신을 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안티오쿠스 4세의 성전 모독은 경건한 유대인들을 결정적으로 자극했고 곧 유대인들의 독립투쟁으로 이어졌다. 주전 167년 여호야립 반열의 제사장 맛타디아는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39km 정도 떨어진 ‘모데인’ 지방에서 자기의 다섯 아들과 함께 이방 제단을 부수고 반란을 일으켜 투쟁을 시작했다. 이것이 유다 독립 국가 하스몬 왕가를 일으킨 유명한 마카비 혁명의 시작이었다. 맛타디아의 셋째 아들 유다 마카비가 특히 그 용맹으로 유명했는데 마카비는 그의 별명으로 ‘쇠망치’라는 뜻이다. 본래 성씨는 ‘미키베오스’이다.
광야로 들어간 맛타디아의 아들들과 함께 한 많은 경건한 자들이 3년간의 전쟁 끝에 마침내 성전을 탈환하게 되었는데 처참해진 성전 모습을 보고 유다 마카비와 군인들은 옷을 찢고 통곡했다. 그리고 신실한 제사장들을 세워서 성전을 정결케 했다. 우상의 제단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제단을 만들어 무너진 곳을 수축하고 봉헌했다. 이날은 주전 164년 기슬르월 25일(오늘날 12월 25일)로서 3년 전 기슬르월 25일에 빼앗겼던 성전이 정확하게 3년 후 같은 날에 새로 봉헌된 것이다.
다니엘 8:14에는 더럽혀진 성소가 정결하게 회복될 때까지 2,300주야가 걸릴 것이라고 말씀하였는데 실제 역사적으로 안티오쿠스 4세의 유대 종교 말살 정책이 시작된 주전 170년부터 마카비 혁명으로 성전이 회복된 주전 164년 12월(기슬르월 25일)까지 약 2,300주야가 지나갔다.
2. 빛의 축제 하누카
이렇게 성전을 정화한 다음 그 들은 8일간의 성대한 봉헌 축제를 열었다. 이것이 바로 ‘하누카’ 즉 요 한복음 10:22에 “예루살렘에 수전절이 이르니 때는 겨울이라.”고 한 ‘수전절’이라는 유대인들의 ‘빛의 축제’의 시초가 된 것이다.

그들은 공적인 결의를 하여 포고령을 내리고 해마다 이 축제를 지키도록 하였다. 하나님께서 안티오쿠스 4세의 통치 시기, 그에 더하여 극악한 대제사장 야손과 메네라우스가 활동하던 암흑기에 이러한 빛의 절기를 주신 것은 참으로 신비롭고 오묘한 섭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카비 혁명 때의 성전 청결은 역대하 29:17에 나와 있는 히스기야 왕 때의 성전 청결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카비서와 요세푸스에 의하면 수전절을 8일 동안 초막절과 같이 지켰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비로소 하나님께 다시 제사 드릴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하면서 많은 제물을 드리고 악기를 동원하여 특히 시편 113-118의 할렐루야 시편으로 찬송하였다. 그리고 화환과 종려나무 가지를 앞세워 행진을 벌이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특히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날을 ‘빛의 절기’라고 기록하였는데 수전절에는 ‘빛의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전과 가정에 8일 동안 환하게 불을 밝히게 된다. 8일간 불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서 유대인의 미드라쉬 게모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유다 마카비가 성전을 탈환하여 성전 등대에 가보니 기름이 하루치 밖에 없었습니다. 성전에서는 율법에 따라 대제사장의 검사를 통과한 거룩한 기름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8일 동안 등불이 꺼지지 않고 성전 안을 밝히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제사장들은 이 기간 성전을 정결케 하고 거룩한 기름도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로 유대인들은 각 가정에서 8일 동안 하누카의 등대에 불을 붙이는 데 기름을 사용하던 등대는 점점 촛대 형태로 바뀌었다. 명철 첫날 해가 지면 첫 번째 촛불에 불을 붙이고 다음 날 해가 지면 두 번째 촛불에 불을 붙이고 이렇게 매일 하나씩 더해가면서 8일 동안 촛불을 켜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해마다 수전절이 되면 이스라엘 국회의사당을 위시한 주요 공공건물 앞에 거대한 촛대가 설치된다고 한다.
3. 참 빛 예수 그리스도
요한복음 10:22-23을 보면 수전절에 예수님께서 성전에 계셨다. 그리고 이어서 요한복음 10:24-39을 보면 예수님께서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라고 하시면서 유대인들에게 메시아로서 자신을 나타내셨다. 유대인들이 하누카 촛대에 불붙이면서 200년 전에 있었던 성전 탈환과 성전 봉헌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수전절에 예수님은 자신이 참 성전이며 참 빛임을 선포하신 것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평생 메시아를 기다리던 시므온은 아기 예수를 건네받아 그의 품에 안고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눈으로 이스라엘 가운데 이루어진 구원을 보았다고 말하며 예수를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위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눅 2;32)라고 말하며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했던 약속의 말씀이 드디어 오랜 역사의 기다림 가운데 성취되었음을 선포했다.
이같이 예수님은 참된 성전이시며 참된 빛으로서 수전절의 주인이시다.(요 1:4, 9, 2:19-21, 8:12, 12:46, 계 21:22) 그러나 유대인들은 그리스도를 또다시 성전 밖으로 쫓아내는 어리석음을 범함으로써 그 절기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스라엘의 모든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 8:12)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깨닫고 그리스도와 함께해야 그리스도 중심의 절기가 되는 것이다.
4. 너희는 세상의 빛이니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4-16)
“너희는 세상의 빛이니”(You are the light of the world.)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으며 더불어 이 땅 가운데 그리스도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능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말씀으로 예수께서 당신의 첫 설교 가운데 이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 때 신령한 왕 같은 제사장들(벧전 2:9)로서 수전절을 지키는 자세로 주의 몸 된 성전을 항상 깨끗이 돌보고 거룩히 지켜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성전에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다시 오시는 주님의 시대를 열어가는 진정한 빛의 축제, 참된 수전절을 지켜야 하겠다.(*) 글쓴 이 / 정은표 목사(월간 개혁신앙 편집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