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를 생각한다

유난히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 7월 27일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푸른 눈의 수행자’로 불리는 조계종 승 려 현각이 갑자기 ‘한국불교 를 떠나겠다!’는 폭탄선언을 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각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로 한국에서 승려생활 한 지 25년째인데 주한 외국인 스님은 오로지 조계종의 장식품일 뿐이었다.”고 실토하여 조계종 내부에서 찬반의 설전이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필자는 이를 타종교 내 해프닝으로만 볼 수가 없었다. 우리 기독교계는 과연 어떠한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는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때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신랄하게 비판한 독일 출신의 선교사이자 신학자인 말테 리노 교수가 약 1년 전에 한국교회를 향하여 던진 말이 필자의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현재까지 24년을 한국에 머물며 루터대학교에서 실천신학을 가르치는 말테 리노 교수는 지난 2015년 11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축제 준비보다 교단과 교파들이 모여 종교개혁의 참 의미와 한국교회 현주소를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교회가 문제를 극복하려면 더 멀리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인터뷰에서 말테 리노 교수는 지금의 한국 개신교 이미지가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대형교회 목사들이 힘과 돈을 휘두르고 정치와 권력에 관심이 많은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교회가 자본주의와 가깝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돈을 신(神)으로 보고 부자가 되기 위해 하나님의 복을 바란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돈을 위험하게 여기고 자본주의에서 오는 이기주의 개인주의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식 개신교가 한국의 무속 신앙, 유교 등과 결합해 기복 사상 등이 더 뚜렷해졌다고 보았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한국의 문화나 종교에 대하여 정확하고 바르게 평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그 평가가 100% 옳다고만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 와서 25년 가까이 산 사람의 애정 어린 충고에 대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듣는 자세가 우리에게는 지금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게 그들 눈에는 보일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교회가 다른 복음을 따라가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한 것을 잘 알고 있다.(갈 1:6,7) 사실 ‘다른 복음’이란 있을 수 없다. 변질이 된 것은 이미 복음이 아니다. 참된 복음은 반드시 참된 열매를 맺는다. 사람들이 아무리 듣기 좋아해도 바른 복음이 아니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고난의 복음 대신 한국교회를 점령해 버린 ‘번영의 복음’과 ‘기복 신앙’의 폐해를 한국교회는 지금 고스란히 겪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복음을 전하고 있는가?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는 그 누구든 저주를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종은 오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복음만을 전하며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가 아무리 큰 세계적인 대형교회에서 목회한다 해도 그는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다.

이제 세달만 지나면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이 된다. 기념행사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나 행사가 결코 한국교회의 개혁과 부흥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다 잘 안다. 지난 2007년에도 우리는 ‘Again 1907’ 행사를 거대하게 치렀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추락의 속도가 빨라졌다. 왜냐면 복음을 통한 회개도 부흥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담대하게 전하자.(롬 1:16) 그리고 이 복음대로 살자. 그리스도의 피가 흐르는 이 복음 안에서 나부터 행함과 진실함으로 살아가자.(*) 글쓴 이 / 허태성 목사(서울 강변교회 담임) 출처 / http://rpress.or.kr/xe/369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