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해 먼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

바울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롬 12;2)고 한 교훈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와 통치가 전제된 것이다. 이신론(理神論, deism) 자들의 생각처럼 하나님이 천지창조 후 일체 섭리하시거나 통치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뜻을 분별(分別)해야 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인간과 세상을 섭리하거나 통치하시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이 인간의 자율(自律)에 맡겨졌다는 말인데 성경은 이런 인간의 자율을 죄(罪)로 규정한다.

자율을 헬라어로 ‘오토노미’(αὐτονομι)라고 하는데 이는 ‘자기’를 뜻하는 ‘오토’와 ‘법(法)’이라는 뜻의 ‘노모’의 합성어(合成語)로 ‘자기 스스로 자기에게 법’이 된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본래 의존적(依存的) 존재로 지음 받았다. 그러므로 하나님 없는 자율적 인간이 되겠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떠나 독립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성경은 의존적인 존재가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는 것 즉 자율적 인간이 되는 것이 죄(罪)라고 한다.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ism) 자들은 인간이 자율적 존재가 되는 데서 성숙(成熟)한 인간으로서의 존엄(尊嚴)과 가치(價値)를 찾는다. 성경은 인간의 자율을 죄로 규정하고 인본주의는 자율을 성숙이나 존엄이라는 데서 극명(克明)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러나 현실은 성경의 가르침과 인간의 자율적인 경향이 뒤섞여 있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향은 현대뿐 아니라 초대교회 당시에도 역시 당면 문제였다.

이렇게 인간을 자율적인 존재가 되도록 부추긴 것은 사탄이었고(창 3:4,5) 그 유혹에 넘어간 것이 최초의 범죄요 타락이었다. 그때부터 이제까지 세상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자율인간의 경향이 확산 되어왔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이 돌이켜 다시금 하나님만 의존해 살도록 그의 독생자를 통해 길을 열어주셨다. 이제 하나님 나라 백성은 자율인간의 욕망과 하나님의 뜻 사이에서 올바르게 분별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사려 깊은 생각과 노력을 하되 무엇보다 성령께서 지도(指導)해 주시고 인도(引導)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회 역사를 보면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레니우스(Irenaeus)와 어거스틴(Augustine of Hippo), 종교개혁자 루터(Martin Luther)와 칼빈(John Calvin)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 얼마나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많이 노력했는지 모른다. 세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지, 국가는 어떻게 보아야 할지, 정치와 경제는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지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연구했다.

그들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신앙과 별개(別個)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성경을 통해 보았다. 그러자면 성경적 안목(眼目)이 필요했기에 성경을 배우고 연구하고 묵상했다. 윌리암 틴데일(William Tyndale, 1494-1536)은 자국어로 성경을 번역(飜譯)하여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순종하고 전하기에 애쓰다가 순교했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영어 성경은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은혜(선물)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성경 말씀에 순종하려고 할 때 먼저 하나님의 뜻 가운데 그 내용이 자신의 생활에 어떤 의미(意味)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성경적 가치관(價値觀)이 생긴다. 그 성경적 가치관이 바로 성경적 세계관(世界觀)이고 기독교의 세계관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통해 죄의 의미를 깨달았다. 성경을 연구하고 깨달을 때 또한 구속(救贖)의 깊이와 넓이를 발견했다. 그들은 또 성경을 깊이 살피다가 그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이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읽을 성경이 없었던 당시 사람들은 성경에 무지하여 교회의 권위(權威)를 성경보다도 상위(上位)에 두었다. 하지만 성경을 읽고 알게 될 때 교회 전통도 성경에 비추어 해석되고 개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또 가능했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그들에게 그런 깨달음을 주셨다. 그러므로 오늘의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성경공부를 통해 자신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성경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배우고 정치와 경제와 교육과 문화가 성경의 가르침과 어떻게 다른가도 배워야 한다.  

이 세상에 개혁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되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제도(制度)는 없다. 왜냐면 사람은 자율적 존재가 되려는 욕망(慾望)의 지배(支配)를 받기 때문에 무슨 일을 바르게 잘 시작했다가도 도중에 소위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은 믿음이 좋다고 해도 항상(恒常) 좋은 게 아니기에 성경 말씀을 따라 부단(不斷)히 고치고 개혁하고 말씀에 자신을 복종시켜 나가야 한다.

네덜란드의 카이퍼(Abraham Kuyper), 바빙크(Herman Bavinck),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 볼렌호벤(Vollenhoven) 같은 개혁주의자들은 성경의 눈으로 신학과 철학은 물론 모든 학문을 보았다. 그 결과가 얼마나 지대(至大)한 공헌을 했는지 모른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긍정적 발전에 상당히 기여했다. 성경을 사랑하고 연구한 그들 노력은 미국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유수(有數)한 대학과 정치와 경제가 그들의 노력의 덕을 보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유주의로부터 교회를 보호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는 자율인간의 욕망을 막을 수 없다. 성경을 바로 깨달아 순종할 때 세속적인 것들을 분별할 수 있다. 성경을 건성으로 배우면 자율인간의 욕망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지 못한다. 성경은 그 뜻이 깊고 또 감추어져 있어 개인의 주관적 이해나 체험으로만 받아들이면 위험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검증된 신앙고백과 교리와 신학을 통해 점검(點檢)받지 않으면 하나님과 우상, 성령과 악령, 진리와 거짓, 정통과 이단,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욕망을 분별할 수 없다.

이런 분별력은 마치 전쟁터의 군인이 적과 아군(我軍)을 식별(識別)하는 것과 같다. 무기가 아무리 좋고 군대가 아무리 강해도 적과 아군을 분별치 못하면 패배(敗北)하게 된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도우실 때 적들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셨다. 서로 자기편을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하고 또한 적군을 아군으로 알고 보호하기도 한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보호(保護)하시기 위해 그렇게 하시나 사탄은 신자들을 무기력(無氣力)하게 하고 실패하도록 적군과 아군을 분별하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기독교의 가장 무서운 적은 교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 안에 있다. 교회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 세속적(世俗的)인 것들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세속적인 것이 설교와 찬양과 예배와 선교와 교육에 들어와 있다. 우리는 그것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게 세속적이고 어떤 게 성경적인지 검고 흰 바둑알처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경우 적과 아군을 다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바른 방향은 잃지 말아야 한다.  

바울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분별(分別)하라고 할 때 그 뜻은 구체적인 어떤 행동 지침보다는 방향성(方向性)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은 구체적 지침보다 바른 방향을 향해 가도록 명령하고 교육하고 권고한다. 그런데 성경을 부지런히 배우고 깨닫는 것은 진정성이나 열심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칼빈주의(개혁주의)는 우리가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는 몇 가지 지침(指針)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개혁주의 5대 강령’(The five solas of the Protestant Reformation)이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은 진리와 비(非) 진리를 가리는 유일한 권위는 성경이라는 것이다.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는 구원의 유일한 길은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는 것이다. ‘오직 은혜’(Sola Gratia)는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오직 믿음’(Sola Fide)은 믿음을 통해서만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은 인간은 물론 만물의 존재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우리의 모든 일상(日常)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데 지침이 된다.  

또 ‘칼빈주의 5대 교리’(The Five Points of Calvinism, TULIP)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데 매우 유익하다. ‘전적 타락’(Total Depravity) – 모든 자연인은 그 본성(本性)이 타락하여 구원에 필요한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으로 전적 무능력(無能力)이라고도 한다. ‘무조건적 선택’(Unconditional Election) – 하나님의 선택에는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 외에 아무런 조건(條件)이 없다는 것이다. ‘제한적 속죄’(Limited Atonement) –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贖罪)의 실효(實效)는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들만을 위한 것이다. ‘불가항력적 은혜’(Irresistible Grace) –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성도의 견인’ (Perseverance of Saints) – 구원받은 성도는 구원의 성취(成就)를 위해 하나님이 끝까지 붙들어 주신다.  

칼빈이 성경연구를 통해 깨달은 이런 신앙고백과 신앙의 지침(指針)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기보다 성경을 성경으로 설명하고 진술(陳述)한 것이다. 개인의 생각이나 사업이나 목회 사역이나 사회활동이나 모든 일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추진할 때 칼빈주의의 이 지침들에 비추어 보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데 큰 도움과 유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 교육, 문화, 경제, 환경 등의 문제에 사상과 이념과 철학이 서로 달라 갈등이 점점 심화(深化)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은 교회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세상 모든 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교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방식과 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방식은 다르나 하나님 나라 백성은 교회와 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을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성경을 알아야 하고 또 세상의 사상과 이념과 철학과 방법들도 알아야 복음을 효과적으로 증거 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 있다.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 이론에 온 세계가 열광할 때 그 허구(虛構)를 간파한 사람들이 개혁주의 신학자들이었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프랑스 혁명의 반(反) 기독교적 정신을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개혁주의 신학자였다. 노예해방 정신도 성경이었다. 여자들을 억압과 차별에서 해방한 것도 성경이다. 오늘날 상대주의(相對主義, Relativism)를 분별하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성경뿐이다. 그뿐 아니라 낙태, 동성애, 환경문제, 정치, 경제, 사회, 가정, 자녀교육 등의 문제에 올바로 대처할 수 할 수 있는 지혜는 다 성경에서 나온다.  

과거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오해하여 저질렀던 부끄러운 역사를 거울삼아야 한다. 마녀재판, 십자군 전쟁, 노예제도, 식민지 쟁탈 등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동성결혼을 사회보다 교회가 더 앞서 정당화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세우신 거룩한 혼인의 제도를 사람의 생각대로 바꾸어놓았다.

인간의 전적 타락을 바로 안다면 역사가 진보한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면서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물론 신앙적 태도가 늘 일관성으로 나타날 수는 없다. 진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관성보다 상위에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인간의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사람은 유한(有限)하기에 언제나 일관성만 강조할 수 없다. 믿음에는 일관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포용성도 있다.

2019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삶의 모든 분야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비성경적인 세속적 요소들을 분별하기 위해 더 열심히 성경을 연구하고 배우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을 밝히 분별하기 위해 기도하며 경건 생활에 힘써야 할 때라고 믿는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글쓴 이 / 황상하 목사(미국 퀸즈제일교회 담임) *본 글은 편집상 원문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편집자)

원글 : http://www.usaamen.net/bbs/board.php?bo_table=data&wr_id=9176